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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Feb 21. 2024

EP08) 다른 카페에는 있는데 여기는 왜 없어요?

사실말야 내가말야 그게 그러니까말이야

카페쟁이로 있다보면 ‘비교를 당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아요.


“스타벅스에는 이것도 있는데, 저것도 있는데” 부터 차마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시무룩) 프렌차이즈부터 옆 동네에 있는 카페들까지. 다양한 메뉴들과 3~4명의 알바생들이 함께 북적거리는 카페와의 비교는 일상과도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저도 늘 같은 메뉴를 판매하고 있음에 매일이 불안하고 초조해져요.

옆 카페에서는 새로운 메뉴 ‘스카치 버터 크림 라떼’ ‘말차샷프라푸치노’ 뭐 이름도 화려하고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손도 많이 가는 메뉴들이 생겨나고, 손님들은 그 메뉴를 먹고 맛있다! 라고 느끼면 다음 카페에 가서도 똑같은 메뉴를 찾죠.


손님 : 사장님 여기 000 주세요~

쭈사장 : 어..손님 저희는 그런 메뉴가 없는데요?

손님 : ? 왜요? 저 옆 카페에는 있는데 여기는 왜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에요. 손님은 ‘당연하게 카페에서 파는 메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는 이런 저런 이유로 그 메뉴를 판매하지 않고 있는거죠.

사실 ’여기가 동네라서 그 메뉴는 어르신들이 잘 드시지 않고 (중략…)만드는데 시간도 오래 걸려서 혼자 영업하는 가게에서는 힘들다고 판단해서 안팔아요‘ 하고 구구절절 설명드릴 수 있어요. 물론, 다 변명에 불과하겠지만요. 일단 카페에서 주문한 메뉴가 ’없다‘라는 답변을 들으면 대다수의 손님들은 당황하면서 짜증스러움을 조금 느끼세요.

다시 수 많은 메뉴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번거로움 혹은 다른 먹고싶은게 없고 꼭 그게 먹고싶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합쳐지는 것 같아요.


혼자서 장사를 하다 보면 모든 재고 정리를 하게되죠. 그러면 ‘잘 나가는 메뉴’와 ‘잘 나가지 않는 메뉴’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판별이서요.

저희 카페는 동네장사라 그런지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고 그 중 ‘대추차’랑 ‘유자차‘가 유독 많이나가요. 그러다 언제 한 번은 손님이 크림이 올라간 아인슈페너라는 커피를 찾으시더라고요. 원래 케이크를 만들기도 했었고, 생크림에는 자신이 있어 이것저것 재료며 레시피며 다 준비해서 짜잔-하고 신메뉴로 낸 적이 있어요.


5잔 분량의 크림을 준비하고 신나는 마음으로 메뉴에 넣고 아침에 시뮬레이션도 한 번 해보고.

그렇게 하루. 이틀 그리고 3일. 1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만들어놨던 크림은 모두 폐기처분 되었죠. 이런 일이 1번이냐고요? 아니요. 제가 지금까지 시도했던 메뉴들 [키위 에이드, 흑당라떼, 아이스크림 라떼, 케일파인애플주스 등]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량이 매우 부진해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렇게 야심차게 내놓았다가 버리게 되는 메뉴들이 늘어나니 새로운 메뉴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보면 다른 사장님들이 정말 대단해보여요. 그 많은 종류의 메뉴들을 만들고, 재료를 수급하고 정리하고 한다는게. (특히 동물성생크림이 들어가는 메뉴들은 정말 더더 대단해요!)


그래서 포기했냐고요?

아니요! 이제는 저희 카페에 왔다가 다른 카페에 가서 ‘아니, 쭈사장 있는데는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데 왜 여기는 없어요?’하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흑당버블티, 아이스크림 라떼 모두 여름에 다시 부활시킬 예정입니다! 흠 [소다]종류의 음료도 만들어볼까 해요. 물-론 아직 재료 수급이 불안정하고 어려운 메뉴들은 어쩔 수 없지만 ㅎㅎㅎ….그건 손이 더 늘어나고, 손님들을 조금 더 유치한다면!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계획만 아직 거창한) 지금의 저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장 크게 느껴요. 아, 내가 좀만 더 부지런하고 신경쓰면 저 메뉴도 가능할텐데…하면서 그 메뉴가 없기 때문에 손님들이 다른 카페에 가나? 하는 초조함에 ‘그 메뉴를 넣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 채찍질이 결국은 저를 더 그릇이 큰 사장으로 만들어주는게 아닐까요? 조금만 더. 2-3달의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볼게요. 2024년의 여름이 오면 제가 하는 카페도 화려한 동네카페로 피어날 수 있도록. 다른 카페랑 비교당하는게 아닌, 여기에는 이것도 있어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을 만한.


무더운 여름 날

“아~ 그 음료 마시러 그 카페로 가야겠다”

하는 마음이 굳게 들 수 있도록 할게요!

그래도 그 누구보다 신메뉴에 진심인 사람인지라, 이것저것 먹어보고 만들어보며 추가하고 있어요. 우리집 새 메뉴 ‘카야버터토스트’ 최고!


+ 다음 이야기는

“내 와이프가, 진짜 얘기를 안해서 그러는데 이 카페를 좋아하는걸 넘어서 사랑해요. 진짜로.”

더 해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과 더 받는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해요.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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