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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JJUNI Feb 28. 2024

EP11) 내가 여기 쓴 돈이 얼만데 그것도 못해줘?

내가 사랑하던 손님이 한 순간 돌변할 때(Feat. 돈)

”사장님. 제가 지갑을 두고와서 그런데 …(중락)… 여기로 돈 좀 보내요.“


가게에 정말 매일 아침마다 오시는 손님이 계세요. 많게는 3명 혹은 혼자서도 종종 오셔서 커피 한 잔을 드시고 가시죠. 처음 가게에 오셨을 때 부터 인상도 너무 좋고, 연세가 있어 보이시는데도 불구하고 어린 제게 존칭과 매너가 있는 태도로 대우해주셔서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제가 운영하는 카페는 오전에 오시는 손님들께는 커피를 2천원에 드리고있어요.(오전 할인 행사!) 하지만, 매일 오셔서 2잔씩 드시고 가시니 돈을 다 받기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 분께만 커피 추가는 천원만 받고서 드리고 있었죠.


매일 오며 가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정도 친분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분이 69년생인데다가(남성분이세요) 어떤 일을 하는지까지 알게 되었어요. (와이프분 직업이랑 자녀분 나이, 직업 등) 하지만 너무 친해진게 독이 된걸까요. 점점 그 손님이 사장인 제게 바라는게 많아졌죠.


어느날부터 커피 추가로 받는 천원을 주지 않기 시작하셨어요. 커피 한 잔을 더 달라고 이야기하시고는 커피를 가져다 드리면 모르는척- 하고 앉아계시거나, 일행과 대화하느라 바빠보이시거나 하셨죠. (저도 천원을 달라고 하기 뭐해서 말 하지 않은 경우도 많구요…바보사장… ) 뭐 이정도까지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점점 정도가 심해진다 싶은 일이 생겼어요.


“00씨~ 제가 아침에 보낸 문자 봤죠? 저 곧 가니까 커피 줘요~”

그 때 시간은 3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저는 오늘 아침에 문자를 받은 기억이 없었어요. ”네? 저는 받은 문자가 없는데 뭐라고 보내셨는데요?“

“에이~ 내가 문자 보냈잖아요 다시 확인해봐요. 아침에 내가 커피 3잔 예약해뒀잖아요? 금방가니까 2천원씩 줘요~” 하시더라고요. 순간 머리가 멍- 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러면 안됐지만 기분이 확- 나빠져서 ‘저는 문자 못 받았어요. 일단 2천원에는 드리는데 다시 확인해보세요. 가게 와서 저랑 같이 확인해봐요 핸드폰에 문제있나봐요.’ 하고 말했죠. 그 분은 한참을 계시더니 말씀하더라고요.

‘에이, 거짓말하다 딱 들켰네?’

그리고는 가게에 오셔서 ‘장난인거 알죠?’ ’(일행에게)나 거짓말하다 딱 걸렸어‘ 하며 웃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런 일도 있는거지 뭐 하는 마음에

“아니에요~ 다음부터는 안그러시면 돼죠!” 하고 먼저 말을 건냈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정말 장난이라고 믿고싶었지만 정색하시며 “아니? 또 그럴건데?” 하시더라고요. 농담이 아닌게 느껴지는 순간. 아, 이 이상은 안돼겠다 하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그렇게 더이상 가까워지지도, 예전처럼 먼저 가서 이야기를 건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몇 주. 그 분도 그걸 느꼈는지 오는 횟수가 줄더니 일주일에 많으면 2번정도 오셨어요. 그러다 2월 24일. 제게 한 통의 전화가 와요. 늘 가게에 오시기 전이나 무슨 일이 있으시거나 하면 전화를 하셨거든요. 근데 가게에서 커피를 드시고 나간지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화가 와서 ’무슨일이시지?’ 생각하고 받으니 저한테 대뜸 말하셨어요.


“00씨(제 이름을 부르세요)~ 아니 내가 어디다 지갑을 두고와서 그런데 어디로 돈 좀 보내요.”

부탁이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거기로 돈을 보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요. 머리에 경고음이 울렸어요. 이 분은 제 가게에 와서 돈을 쓰는 사람이 맞아요. 하지만, 저는 응당 그 가격에 맞는 음료를 드렸고 그 이상의 서비스와 친절을 드렸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시 돈을 주실거 알고 믿어요. 하지만, 돈을 언제 돌려주려나, 전화해봐야하나, 오늘 오후에는 주려나 하고 걱정하며 의심하고싶지 않아서 가족이랑도 친구랑도 저는 돈거래는 잘 하지 않아요. 죄송해요. 그거는 못 해드릴 것 같아요.”

그 이후로 그 분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더 이상 오지 않고 계세요. 조금은 무섭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하시는 말씀은 이래요.

“원래 그렇게 돈 잃고, 사람 잃고 하는거야. 잘했어. 근데 얼마길래 그걸 보내달래?”

돈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얼마인지는 물어보지 말아야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엄청 많은 금액이면 그 핑계로 거절을 하겠지만 5만원이나 10만원이면 그나마 적은 금액이니 보내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제 가게에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최대한 맛있고 편안한 시간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해요. ‘이 사람은 단골이 아니니까 대충해야지’ 하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또, 그와 반대로 ‘단골이니까 뭐든 다 해드려야지!’ 하는 생각도 가지고있지 않죠.

최근 어떤 손님이 오셔서 저한테 여러가지 카페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가 하신 말씀이 하나가 있어요.

“사장님, 저 손님이에요. 아무리 친해져도 우리는 카페 사장님과 손님의 관계예요.”

아차, 싶었어요. 뭔가가 머리를 훅- 치고 간 느낌이었죠. 그 손님께 감사했어요. 아무리 이 사람이 좋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도, 나는 이 분께 돈을 받고 무언가를 파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돈을 내고 나에게 무언가를 사는 사람이라는걸 다시 깨닫게 된 순간이었죠.


이미 많은 순간들에 치이고 힘들어도, 충분히 다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시 와장장- 무너지는 순간이었어요. 다시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지난 이 순간을 회상하며 맞아 나 그런 일도 있었지 하는 순간이 오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내 손님들을 사랑하고, 친해지고 마음을 드릴테니까요.


내일부터 짱구눈썹 아이라인 지구 끝까지 뚫는 사장이 되어보려 합니다.

나보다 더 내 걱정하는 친구들 사랑해..!


+다음 이야기는,

친동생 : 누나, 여기 하루 종일 있는거 안힘들어…? 나는 잠깐만 있어도 기가 쭉쭉 빨리는데


직원으로 있을 때와, 사장으로 있을 때의 12시간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마음가짐의 차이가 엄청난 일이더라고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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