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니 JJUNI Mar 19. 2024

EP18) 수다력 만렙인 내가 항복을 외쳤던 날

12시간 근무 중, 10시간은 수다 2시간은 커피타기

“너는 물에 빠져도 입만 둥-둥- 뜰게 분명해”


저는 수다떠는걸 무척이나 좋아하고, 할 이야기도 많고 하고싶은 이야기도 많은 사람인지라 사람들과 만나는 일도 무척 좋아해요. 단골 손님들이 오시면 1시간은 기본! 오래 있다보면 2~3시간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한가지 주제로만 이야기하냐고요? 아니요! 주제도 정말 다양해요. 음식 얘기가 나오다가 다이어트로 넘어가기도 하고 결혼으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하죠.


제 아버지는 정말 과묵하신 분이세요. 칭찬할 일이 있어도 스쳐지나가며 ‘잘하고있어‘ 한 마디 하실 뿐 눈을 마주치지도, 그 이상의 이야기를 덧붙이지도 않으시죠.(하지만 애교에는 약하십니다. 제 억지애교에 치이다가 도망가는게 일인 분이시죠.)하지만 저희 엄마. 저보다 x37267482배는 수다쟁이셔요.(정작 본인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시골 마을인지라 시장에 가면 마주치는 사람마다 대화하고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걸며 수다떠느라 자리를 뜨지 않으시죠.(엄마 제발 집에가자…)


그런 엄마를 닮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거는 편이고 ‘내가 말을 걸었는데 대답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물론 머쓱하긴 합니다!) 이런 제가 카페에서 사장으로 있다니. 얼마나 많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지 상상이 가시나요?


그런 제가 3월 첫주의 어느 날.

“오늘은 말을 그만하고싶다…” 하며 의자에 널부러지게 되었어요. 그럼 궁금하시겠죠

“왜?”

그 날은 이상하게 일반 손님들이 거의 없고, 단골 손님들만 오셨던 날이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뵙는 단골분들도 계셨고 어제도 오셨던 분들도 계셨죠. 그 손님들도 한꺼번에 오신게 아니라 제가 한 분과 대화한지 1시간 반정도 흐르면 다음 분들이 오시고 하셨죠. 그렇게 시작된 수다 릴레이경기는 제가 밥을 먹는 시간인 2시가 되어서야 잠깐 멈추게 되었어요.


9시 오픈하고 2시까지 5시간. 저는 5시간동안 커피타는 1시간을 빼고는 내내 말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어요. 그저 ‘아- 오늘 오전 재미있고 즐거웠다!’ 하며 지나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상황은 저녁시간까지 이어졌어요. 점심을 먹고 가게로 돌아오니 단골분들이 자리에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으셨어요.(식사하고 온다는 종이를 걸어놓고 가는데, 편하게 먹으라고 기다려주셨어요) 그렇게 다시 시작된 수다의 굴레에서 저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 8시가 지나서도 벗어나지 못했죠. 비로소 마감청소를 시작한 8시 30분. 제 수다는 멈췄습니다.


물론, 모든 대화와 이야기들은 새롭고 재미있으며 늘 다양한 깨달음을 줘요. 이 날의 모든 대화들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이고, 어떤 분들이 오셨는지도 기억나니 얼마나 좋았는지 감이 오시나요? 하지만 쉬는 시간 없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주제를 전환하다보니 체력 소모가 엄청나더라고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말 하는 것도 힘들다’ 저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이었는데…이 날 이후로는 100% 공감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아-! 물론 대화하지 않고 제 휴식공간으로 쏘옥- 들어가버릴 수 있어요.

하지만 저 김사장. 아무리 목이 아프고 힘들고 지쳐도 손님들과의 수다타임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수다력 만렙으로도 부족했던 수다데이였어요. 잔뜩 녹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간 퇴근 길. 집에 들어가서도 아직 잠들지 않은 조카와 낱말카드 놀이까지 끝내고 잠에 들었습니다. 제 수다는 멈추지 않습니다. 후후…들어와 내 손님들…김사장 수다지옥으로…


+ 가게에 와서, 손님 3분이 대화하는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니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앉을 자리가 거기밖에 없어서 앉았는데, 자꾸 사장이 말을 걸면서 귀찮게 하더라” 하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말을 꺼내신 분도, 그 주변 분들도 함께 공감하시는걸 보니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요즘 좀 멈칫하는 순간들이 늘고있어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자주 가는 카페에 가만히 앉아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날. 사장이 자꾸 말을 건다면…(하지만 사장은 내 마음을 모르고…)..요즘 이 걱정에 가슴이 답답하네요! 댓글로 생각을 알려주세요!(플리즈-!)


크로플 굽자마자 손님들이 들어왔습니다. 총 20분 정도 였습니다만.

제 크로플은 차게 식어 잔뜩 지친 저의 저녁밥이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삼촌 : 야 00아, 화장실에서 나오지 마. 문 앞에 그 남자 서있으니까. 삼촌이 다시 전화줄게 거기 있어.


말도 안되는 플러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EP17)누가 내 머리에다 똥쌌어!(카페 v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