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도 저한테 웃어줬잖아요. 관심 있는거 아니었어요?
“남자친구 있으세요?”
제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충남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죠. 이야기를 하다 보면 60%의 확률로 아는 사람인데다가, 동네가 정말 좁아 단골손님들이 오셔서 저한테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도 “사장님, 어제 9시 반쯤에 00에 계셨죠!”하고 말 할 정도로 자주 마주치는 동네에요.
그만큼 시골이라는건 남녀 비율이 맞지 않기도 하고, 제가 지금까지 손님들과 이야기를 해 본 결과 ‘남자’ 보다는 ‘여자’의 비율이 더 적은 것 같았어요. 어머님들은 오셔서 매번 아드님이 여자친구가 없어 걱정을 하시며 이야기하기도 하시고, 결혼 적령기의 남자분들도 오셔서 이 동네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분들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세요.
그리고 저 김사장. 97년생으로 딱! 누가봐도! 결혼 적령기의 여자인데다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니 위와 같은 고민거리를 가지신 분들은 저를 보며 은근슬쩍 물어보세요.
“사장님, 남자친구 있으세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겪은 말도 안 되는 플러팅에 대해서요.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는 유형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에 대한 반응도 여러가지로 나뉘어요.
1. 본인의 아드님 혹은 주변에 괜찮은 남자가 있어서 소개시켜주려는 유형
2. 당연하게 남자친구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유형 - 그러면 저도 의도를 파악하고 “있을까요~없을까요~?”하고 장난친답니다 ㅎㅎ
3. (어딘지 모르겠지만) 제가 마음에 들어서 대화해보고자 하는 유형
사실 제일 흔한건 1번 유형이에요. 물론 저는 남자친구가 있어서(2년 6개월째 연애중입니다 하트) 남자친구가 있다고 대답하면 [ 에이 아쉽네요! / 남자친구 뭐하는 사람인데요? 제가 아는 사람이 더 괜찮을지 모르니 만나봐요~] 두 가지의 대답으로 나뉘어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결국에는 ‘사장님 주변에 괜찮은 사람 있으면 나중에 소개시켜줘요~’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어져요. 하지만 제가 가장 어려운건 3번 유형이에요.
제가 운영하는 카페는 고깃집 옆에 있어서 저녁시간이면 술을 어느정도 얼근-하게 드신 분들이 넘어오세요. 처음에야 이런 분들이 하는 말씀이나 행동에 멈칫했지만 지금은 그저 ‘즐거운 식사시간 보내고 넘어오셨군!’하고 웃으며 이런저런 일들을 넘기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단단해지기 전, 예전에 있었던 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24살 쯤, 카페에서 언니가 일하고 있을 때 도와주겠다며 하루 나와있던 적이 있어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서비스업 초보인데다가 카페에서 일한다니!(이 때는 그런 로망이 있었죠) 신나는 마음으로 조금은 붕 떠 일을 하고 있었어요. 아직 일을 할 줄 모르는 저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일을 맡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옆 집에서 회식을 한 남자손님 12명이 들어오셨죠.
왜 그런거 있잖아요. 아무것도 이상한게 없는데 쌔-한 느낌. 주문을 받는데 일행 중 1명이 저를 처음부터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셨어요. ‘아는 사람인가?’ 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고 ‘왜 그러시지…?’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주문이 다 끝나고, 언니가 음료 타는걸 도와주며 왔다갔다 하는데 그 남자분이 제게 다가오시더라고요.
“남자친구 있으세요?”
저는 그 때 남자친구가 없었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네? 어..아니요 없는데요…?‘ 하고 대답했어요. 그 때의 저는 너무 순진한데다가 솔직했던거죠.
하지만 그 이후 그 남자분은 더 이상의 말 없이 ‘아…’하고 그저 지나갈 뿐이었어요.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 했지만 곧 위의 2번 유형(단순 궁금!)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죠.
하지만 노골적인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어디를 가든 시선이 따라 붙었고, 제가 어딘가로 가려고 하면 그 분도 들썩거리며 일어나려는 태도를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도망] 이었어요. 12명이 음료를 다 드시기도 하셨고, 갈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도 몇 계셨어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언니랑 삼촌한테 ‘저 남자분이 좀 이상하다. 일단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 저 일행분들 가시면 얘기해달라’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로 들어갔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촌한테 문자가 왔어요.
“00아(제 이름입니다). 그 남자 너 나가자마자 따라 나갔어. 지금 화장실 문 앞에 있으니까 일단은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심장이 덜컥 내려 앉더라고요. 그래, 물론 일반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는 ‘번호라도 물어보고 싶어서 그러는거 아니야? 너무 과민반응이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남자분은 비틀거릴 정도로 취해 있으셨고 발음도 온전하지 못했어요. 아마 저한테 남자친구가 있었냐고 물어본것도 다음날이면 기억 못할지도 모를 정도였고요.
그저 그 때는 아무리 호감이 있더라도 혼자서 화장실 나가는 여자를 쫓아 나올 만큼인가 하는 생각에 무서운 마음이 덜컥 들었어요. 차라리 처음부터 번호좀 달라고, 호감이라도 말하면 거절이라도 했을 텐데 그게 아니라 쫓아 나올 정도니 그게 무서웠던거죠. 결국 저는 그 남자분의 일행들이 전부 다 가실 때 까지 기다렸다가 화장실에서 나와야했죠.
지난주, 동생이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누나는 번호 물어보거나 하는 남자들 없어? 누나는 누구한테든지 웃어주잖아”
동생의 친구가 지난 달, 자주 가는 카페 알바생한테 반해 번호를 딴 일화를 말해주면서 제게 그러더라고요. ‘그 친구도 알바생이 자꾸 자기만 보면 웃으니까 자기한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더라‘.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웃어주는건 호감의 표시가 아니라 직업적인 이유가 클거야.“
물론 정말 그 사람이 좋아서 웃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그저 사장과 손님으로. 사람대 사람으로일 이유가 가장 커요. 하지만, 내가 정말 이 사람이 좋고 조금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싶다면 ’이 사람도 나한테 웃어주고 말도 잘 들어주니까 날 좋아하는거겠지?‘ 가 아닌.
“저, 제가 관심이 있어서 그런데 번호좀 주시겠어요? 카페에서만 말고 일상에서도 대화하고 싶어서요”
하고 대담하게 이야기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24살의 저한테도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면 불편한 마음으로의 마무리가 아닌 편안한 제안과 거절로 마무리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아아, 그래서 지금은 그런게 있냐고요?
아니요. 일절 없습니다.(왜지!) 물론 고백은 많이 받아봤습니다만. 제가 라떼 아트에 하트를 그려드리거나 대화를 하다보면
손님 : 어우! 저는 사장님이 정말 좋아요~ 이 라떼아트 하트는 저한테 고백하는건가요? 어쩌지~나는 남편이 있는데~
김사장 : 저를 세컨으로 들이시죠..제가 잘 해드릴게요(하트)
이런 편입니다. 고백도 많이 하고 고백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여자 손님들에게요!
마음을 담아서 하트를 그리지만 망가질 때가 있습니다.
그저 ‘아 사장님이 내가 너무 좋아서 떨려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해주시면 제가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내 손님들!
+다음 이야기는,
“언니 나 오늘 조회수가 1천회가 넘었어!“
카페 사장 5개월차에 시작한 유튜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영업 5개월차 신입 사장에다가, 유튜브 1개월차 초보 유튜버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달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