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헬로 아메리카』, 현대문학, 2019
아침에 일어나 미국 회사의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일터로 가는 동안 미국 회사의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일터에 도착해 자리에 앉아미국 회사에서 만든 노트북을 열어 업무를 시작하는 일상. 집에 돌아가서는 미국 회사의 OTT 서비스에서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마무리하는 하루. 그리이상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것과 비슷한 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삶이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 삶엔 ‘미국’이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그곳에 등장하는 미국을 동경합니다. 미국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의 미국에 대한동경은 이렇듯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것들에서 비롯됩니다.
제임스 밸러드의 『헬로 아메리카』는 이러한 환상과 신화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2114년을 배경으로, 유럽에서 꾸려진 탐사대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납니다. 콜럼버스의 여정을 다시 보는 것만 같습니다. 이 아메리카 대륙은 에너지 위기로 무너져, 한 세기 전에 이미 버려졌습니다. 그 탐험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저는 책의 마지막에 있는 저자의 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밸러드는 진짜 아메리카는 ‘할리우드와 대중매체가 빚어낸 가상의 공간’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프로파간다가 아닐까요? 어떠한 표상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온갖 매체와 상품을 통해 전 세계에 선전하니 말입니다. 밸러드의 전작 중 하나인 「잠재의식 인간」에 나오는 ‘잠재의식 광고’처럼, 지금까지 미국이 지구 전역에 뿌려 온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문화적 영향력의 실체가 드러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엄청난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고 있습니다. ‘선진국’, ‘초강대국’이라고 불렸던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미국이라는 신화’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듯 싶습니다. 이러한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의 ‘자주성’을 확립해가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맹동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과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개봉할 예정인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