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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Jul 28. 2021

니은서점 마스터북텐더인 사회학자의 동네서점 분투기

노명우,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클, 2020


이 년 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이 있어 서울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을 때입니다. 다른 지역에 가면 항상 그곳의 동네 서점을 찾아가보는 것이 소소한 취미였던 저는 은평구 연신내의 한 골목길에 있는 ‘니은서점’을 찾아갔습니다. 부동산 사무실과 이런저런 작은 가게들이 즐비한, 서점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곳에 서점이 있었습니다. 


이 서점은 ‘마스터북텐더’인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조용한 서점 안에서 마스터북텐더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제게 커피 한 잔을 권하더군요.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서점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인문사회 분야의 다양한 책을 북텐더의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읽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던 많은 책이 ‘니은 띠지’에 감싸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어 시간 동안 둘러보았던 것 같습니다. 12월 29일 겨울 밤은 더욱 깊어가고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둠이 깔리고, 저도 갈 길을 가야하는 때가 된 것이지요. 그냥 가기 아쉬워, 마스터북텐더의 책 『인생극장』을 샀습니다.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난 것 같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저는 서점을 정말 사랑합니다. 특히 우리 동네와 공동체 속에서 자생하고 있는 서점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토요일이나 시험을 치고 수업이 일찍 마치는 날이면 친구들과 포항 시내까지 나가 ‘학원사 서점’에 죽치고 몇 시간이고 앉아 책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와서는 진주문고를 자주 드나들었고, 창원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는 화이트래빗과 책방19호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제 인생의 수많은 서점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과 서점에서 ‘고르는 즐거움’을 인생의 ‘디폴트’가 될 수 있게 해 준 것입니다. 


서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점을 경험해보았더라도, 서점 주인마다 다른 특유의 큐레이션에 목마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동네 서점이 중요합니다. 동네 서점에서 책과 경험을 나누고, 읽는 즐거움과 고르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니은서점의 마스터북텐더의 고민처럼, 언젠가 서점을 여는 꿈을 꾸며 살아온 저에게도 새로운 과제가 추가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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