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아마 세 번째 왔다 간듯하다. 첫 번째는 오한과 고열로 항생제를 두 번이나 바꿔가며 썼다. TV를 통해 마지막 이별이 되었다던 사례를 수차례 보아왔다. 응급실에 가셔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라며 원한다면 응급실로 이송하겠다는 의사의 말이 의미심장했었다. 백신을 맞고서도 두 번째 양성반응이 또 있었다. 그 후 마스크가 해제되고도 한참뒤 냉방병인지 감기인지 잔기침이 한 달 이상 계속된다. 감기약을 먹고도 불안했던 아내는 코로나로 판명되어 항생제를 5일간 복용하고 좋아졌다.
WHO에서 소개하는 증상들 중에 '뇌 안개'는 낯설다. 뇌 안개(Brain fog)라니?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디 아더스(The Others)'의 포스터 장면이 떠올랐다. 안개 짙은 속에서 다가오던, 사람인지 유령인지 모르겠던 윤곽이 정신마저 흐릿하게 했다. '뇌 안개'라면 뇌 속이 안개처럼 짙게 깔려있어 뇌세포들이 혼미할 거라고 짐작해 본다. Long COVID로 인한 Brain fog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주요 이론이 있다.
염증 반응: COVID-19에 의해 유발된 체내 염증 반응이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면역 체계의 과잉 반응: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뇌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혈액 순환 문제: COVID-19로 인한 혈관 손상이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여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신경계 감염: 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신경계를 침범하여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Brain fog를 겪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우울증 불안장애를 겪는다. 종종 게으르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을 입증해 낼 방도가 없어 보이고 '원래 저런 사람'이라는 식으로 낙인효과까지 가세한다. 감염자들에게 나타나는 학습저하 생산성저하 의료비용 증가 등 사회적 비용도 계량하기 어렵다. Brain Fog의 원인규명에 대한 추론들이 막연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킬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과학자들은 열대 박쥐가 온대지역으로 확산되어 인류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 있음에 주목한다. 2021년 박쥐 논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열대박쥐 40여 종이 동남아 중국남부로 이주했고 대략 100여 종의 바이러스(박쥐 1 종당 2.67 바이러스 DNA)가 우려된다는 통계를 얻었다. 정크 바이러스 DNA는 일단 내재하면 대물림된다. 백신연구생산까지 11개월 걸려 유례없이 조기에 개발되었으나, WHO통계로도 세계적으로 7억 명 감염에 700~2000만 명 사망했다. 백신과 마스크를 대신할 지속가능한 대책이 자연보호에 있다. 자연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UN생물다양성협약(IPCC 이회성 의장)에서 미약하지만 위대한 첫걸음을 떼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평균온도가 2⁰ 상승하면 생물다양성은 절반으로 된다고 한다. 180국 대표와 겨우 합의해 낸 협약이 '1.5⁰ 상승억제 by 2030~2052년’이다. 0.5도 낮추어 합의되었을 만큼 지난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해 보인다. 향후 10년~30년 사이에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억제하겠다는 협약 시기마저 10년은 당겨질 것이라 한다.
자연은 다양성에서 활력을 유지한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농경이 시작된 1만 년에 걸쳐 호모사피엔스의 생태적 의미가 시사하는 바 크다. 1만 년 전 지구상의 인구수는 남한(South Korea) 인구에 맞먹는 5000만 명 정도였다. 인간이 기르던 가축을 포함하더라도 동물계에서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이제 80억 인류와 그들의 식량이거나 반려가 되어주는 가축까지 99%를 점 할 정도로 초만원이다. 1만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공장식사육이 인류생존의 근간이 되었는데, 책 '총균쇠'의 저자는 '농업은 인류 최대의 실수였다'라고 갈파한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누적적으로 고갈되고, 자연훼손으로 인한 기후환경의 악화까지 가세하여 위기에 처했다. 다양성이 다양성을 담보해 준다. 박쥐가 이주하듯 애벌레가 서식지를 떠나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꿀벌이 사라지고, 수작업으로 화수분 해야 하는 형편이 자연생태계의 급속한 위기를 잘 설명해 준다.
노화로 기억력이 떨어지고 인지장애가 필연적으로 오는 법이다. 자연적인 뇌안개(Brain fog)를 어렴풋이 걱정하는 시기에 코비드 19로 인한 후유증까지 심화되면 사회전체가 멍청해지는 것 같다. 다양성의 반대말이 무엇일까요? 획일성이다. 사회적 다양성의 시작은 1960년대 미국의 존 F 케네디로부터 대두되었다고 본다. 사회는 획일에 저항한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회도 교잡과 돌연변이로 적자생존의 건전한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북중러 전체주의 공산체제는 권력자의 생존법칙으로 획일화된 사회로 치닫고만 있다. 생각과 행동이 다양하면 인민을 통치하기에 골치 아플 것이다. 악의 축들인 북한과 러시아가 만나 군사동맹을 표방한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을 주고받는 전쟁위험보다 지구온난화와 생물다양성의 파괴로 인한 기후재앙으로 먼저 멸망할 것 같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롱 코비드로 시달리는 와중에도 인공지능은 나날이 진화하는 중이다. Brain Fog는 심해져 가고 날랜 AI에 밀려 점점 둔해져 가는 인류의 미래는 참담한 결과로 귀결되는 게 아닌가 한숨만 깊어진다. 지금이라도 자연보호에 너나없이 우선순위로 행동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