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한림으로 가는 102번 버스 맨 앞자리에서 나는 김므즈의 음악을 들으며 벨을 누를 준비를 하고 트렁크가 잘 닫혔기를 간절히 기도하다가 내 뒷 순서로 탄 아저씨가 닫았을 거라 안도했다가 출판 프로젝트를 떠올리고 한숨을 쉬었고 곧 그의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제주까지 와서 왜 그 작자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어제부터 불쑥불쑥 보고 싶다는 글자모음이 뇌 겉주름에 안개처럼 끼는데 아직까지 걷히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방법은 못 찾아서 화장실 타일 묵은 때 벗기듯이 칫솔로 박박 닦아내게 된다.
얼룩이 묻으면 비누로 곧장 지워온 것 마냥 닳고 말갛게 부푼 웃음.
그 웃음은 열람기간이 하루뿐이라 집에 돌아오면 점차 희미해진다.
어떻게 웃었더라. 송곳니가 뾰족했는데.
친구가 된 지 1년 기념이 되면 같이 제주에 오자고 할까 생각했다.
공항 옆에 탐라렌터카 표지판을 보던 와중에 그 생각을 했으니 딱히 매개는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나는 발이 시린데 내가 발이 시릴 때 그 애도 발이 시리겠지
내가 울고 있을 때는 그 애도 울고 있겠지
나에게 대피소가 필요할 때 그
애도 대피소가 필요할 거다
우리는 너무 닮아서 서로의 지붕이 되어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고싶음을 자꾸 닦아낸다
적어도 지붕이 되지 않기로 결심하면 함께 비를 맞을 친구정도는 할 수 있을 테야
결심할 재료가 없는 게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