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게 뭐예요?

못하는 건 없고, 특출 나게 잘하는 건 더더욱 없습니다만..

by 세희호

남들은 욕할지 몰라도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칭찬이 있다.

'못하는 게 뭐예요?', '야무져서 뭘 해도 잘할 거야.'

이런 류의 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내 콤플렉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혼자서 잘 해내려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지기도 싫어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뭐든 어떻게든 다 그럴듯하게 해내려고 했고,

성인이 돼서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처음 하는 일도, 자신 없는 일도, 남들과 함께 하는 일도 다 잘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평균 이상은 했다.


남들은 뛰어난 분야, 자신 있는 일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데 나는 그런 게 없었다.

시키는 건 다 잘하는데 뭐 하나 뚜렷하게 재능을 가진 분야도 없다.

남들은 한우물 파서 그 분야의 최고가 되어 가고 있는데,

나는 이도 저도 아닌, A+ 하나 없이 전 과목 B+, A만 받는 그런 학생처럼 느껴졌다. 그게 너무 괴로웠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뭐든 잘할 거라고 굳게 믿는데, 정작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그래서 유독 나에게 맞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

이 저주받은 B+의 얄팍한 재능들을 모아 모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카페를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기획, 디자인, 인테리어, 메뉴개발, 마케팅, CS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해내야 하는 일.

1인 카페였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매장 페인트칠과 바닥타일 작업, 카페 로고와 포스터까지 하나하나 직접 해야 했고, 시장조사와 원가계산 등 수포자였던 나와 어울리지 않는 실무들도 해내야만 했다.


하지만 내 콤플렉스가 무엇인가. 어떤 일이든 평타는 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만은 못하겠지만 하나하나 꽤나 그럴듯하게 해냈고, 직접 했다고 하면 다들 놀랄 정도로 결과물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어쩌면 혼자 창업해 보라고 이렇게 애매한 재능들을 주셨나? (조금 뻔뻔한 것 같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발견이고 극복이었다.)

KakaoTalk_20251120_155013469.jpg


작가의 이전글74일. 세 번째 직업을 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