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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an 09. 2020

워킹맘의 2020 다이어리

올 해의 목표는 수첩 한 권을 빼곡히 채워보는 것

학창 시절부터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새 해가 되면 다이어리, 플래너 구입에 열을 올렸다.
디자인과 필기감이 좋은 수첩을 고심해서 고르는 것은 연말연시의 큰 기쁨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자, 개인적인 스케줄을 적어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회사 일은 따로 업무수첩에 기록하고 나니 개인적인 스케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흑흑)
가족행사나 아이들 스케줄, 혹은 부부가 공유해야 할 스케줄은 부엌 아일랜드 식탁 위의 탁상달력에 큼지막하게 표기해놓는다. 남편도 달력을 보며 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일곱 살 첫째도 달력을 보며 제 스케줄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새해가 되면 다이어를 마련하고, 뭔가 적는 것을 시도하는데 비록 2/3 정도 쓰고 또 다른 새해를 맞는 일이 빈번하지만 새 수첩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작년에는 휴직 중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메모하는 일이 많았다. 2018년에 사용하던 수첩은 남편에게서 받은 회사 홍보용 수첩이었는데, 겉표지가 꽤 튼튼하여 잘 썼다. 2019년에도 같은 디자인과 크기로 나온 수첩이 있다기에 한 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서 잘 썼다.
 
작년 수첩에는 뭘 썼나, 하고 살펴보니 그 날 그 날 해야 할 일들을 적거나, 연락해야 할 곳들과 메모(주로 보내려고 알아보았던 유치원이나 학원의 연락처, 상담내용이 적혀있다), 간혹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메모하고 싶은 내용들, 강의를 들으러 가서 강의 내용의 필기(이 중 정말 남기고 싶은 것은 따로 정리해서 블로그에 비공개로 기록해둔다), 책을 읽고 남겨두고 싶은 구절 등을 두서없이 메모해두었다.    
또, 작년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의 스케줄, 예약 진행 상황, 가져가야 할 품목 등이 빼곡히 메모되어 있다. 스케줄이 완성되면 최종 정리하는 작업은 엑셀 문서로 하지만, 일단 초안은 수첩에 손으로 적어야 놓치는 것이 없다.
올해 수첩을 개시하기 위해 작년 수첩을 쭈욱 살펴보니 일 년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후반부에는 복직을 준비하기 위해서 챙겨야 할 것들도 적혀있다. 인사 담당자와 통화한 내용, 복직하기 전까지 챙겨야 할 집안일들, 구입할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았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스마트폰 메모 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에버노트, 어썸노트 같은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보려고 나도 여러 번 시도해봤으나 메모들이 섞여서 찾기가 어려웠다. 언제든지 스마트폰만 있으면 바로바로 메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글자를 입력하면서 생각을 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생각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은 직접 종이에 필기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각종 웹사이트의 ID, Password, 은행 계좌번호나 친인척들의 집 주소 등 오래도록 기억해야 하는 정보 같은 것들은 스마트폰의 메모 앱을 활용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바꾸더라도 해당 앱만 다운로드하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으니 유용하게 쓰고 있다. 네이버 메모와 구글 킵 두 가지 앱을 쓰고 있는데, 텍스트 메모는 네이버 메모 앱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가끔 사진, 음성 등을 저장해야 할 때가 있어 구글 킵도 함께 사용한다. 앱만 깔려있다면 어디서든 메모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아날로그 수첩으로 돌아와서, 올 해의 다이어리에 무엇을 적을지 생각해본다.
weekly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monthly 달력과 대부분의 줄 노트, 약간의 무지 노트로 구성된 수첩을 골랐다. 여기에는 업무 관련 내용은 적지 않고 철저히 개인적인 내용만 적는데, 내지의 제일 첫 장에는 얼마 전 <아티스트 웨이>에서 읽은 '나 자신을 보물처럼 대하면 나는 강해질 것이다'라는 문구를 굵은 펜으로 적어두었다.
인덱스 스티커로 섹션을 몇 개 나누었는데 가장 첫 섹션에는 올해 하고 싶은 일 몇 가지를 적었다.
5개년 계획을 세워보려고 20년부터 24년까지 연도를 쭈욱 적고 내 나이와 아이들의 이벤트(ex. 학교 입학)를 적어본다. 수도 없이 5개년 계획을 세워본 나는 이제 안다. 여기에 적히지 않은 변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계획이 될지라도, 노선만 확실히 정해두면 대체로 큰 방향은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에 아주 세밀하게는 말고 굵직한 계획 위주로 적으면 된다는 것을. 그래서 큰 부담 없이 쓱쓱 적어 내려간다.
올 해도 매주 한편 씩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모임은 계속되므로, 평소 일과 중 떠오르는 글감이 있다면 수첩에 두서없이 적어둔다. 마감일이 닥쳐서 도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를 때 참고하면 좋을 만한 섹션을 만들어두었다.
나에 대한 메모 외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아이들의 교육/보육 관련이다. 당장 새로 옮길 어린이집의 OT 날짜와 확인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적어두고, 만약을 대비해 보낼만한 학원들 리스트도 몇 개 뽑아두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해둬야 할 것들도 체크해보고 시킬지 안 시킬지 모르지만 이런 것도 있다더라~ 수준에서의 각종 사교육 정보도 수집해둔다.
 
그리고 마지막 섹션은 다시 나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온다.
단,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계획들.
'Project N'이라고 명명한 이 섹션은 회사 업무 말고 할 수 있는 다른 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볼 예정이다. 아직은 제목뿐이지만 새로 시작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에 대한 내용도 적어보고,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으며 확장시켜볼 예정이다.
 
사실 회사에서는 한가하게 개인수첩을 적고 있을 시간은 없고 퇴근하고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나도 같이 잠들기 일쑤라서 아이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새벽이 수첩을 정리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혼자일 때는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더니 아이들을 낳고 나니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아이들을 챙기며 풀타임으로 일하는 바쁜 하루하루지만, 시간을 쪼개서 기록하고 생각하고 확장하다 보면 나에 대해 돌아볼 시간도 분명히 생긴다.
올 해의 목표는 그렇게 이 수첩 한 권을 빼곡히 채워보기. 아직은 길이 잘 보이지 않는 막연한 계획도 꾸준히 적어가면 무엇이든 아이디어가 더 떠오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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