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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Dec 15. 2022

막내

우리 집식구는 여섯이에요


 우리 식구는 다섯이에요. 

엄마, 아빠, 언니, 나 그리고 남동생. 

그런데 오늘부로 여섯 식구가 되었어요. 

아빠가 퇴근과 함께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왔거든요. 

사실 저는 강아지가 무서워요. 

상자 안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만 같아요. 

저를 물면 어떡하죠?

아빠가 그러는데 이 강아지는 너무 시끄러워서 전 주인에게 버림받았대요. 

이렇게나 조용한데 말이에요. 

조금 무섭긴 하지만 이 작은 강아지의 가족이 되어야겠어요.

강아지 이름은 남동생이 지었어요. 

‘막내’ 

조금 촌스럽지만 우리 집 막내가 새로운 막내에게 이름을 양보한 것 같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막내야, 천천히 먹어.’

막내와 함께 사계절을 보냈어요. 

저는 더 이상 막내가 무섭지 않아요. 

막내는 커튼을 물어뜯고 제 그림을 찢었지만 저를 물진 않거든요.

제 키가 자란 만큼 막내의 덩치가 부쩍 커졌어요. 

저는 앞으로 얼마나 자랄까요. 

또 막내는 앞으로 얼마나 클까요. 

‘막내야, 물어와!’

막내는 정말 빨라요. 

만약 공이 끝도 없이 날아간다면 무한으로 달릴 거예요.

막내는 종종 누워있는 저에게 폴짝 뛰어와 뽀뽀를 해요. 

그럴 때면 헉하고 숨이 막히지만 가만히 누워 머리부터 등까지 길게 쓰다듬어줘요.

막내와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장난감이 쌓여가고 있어요. 

배추 인형, 닭다리 인형, 고구마 인형, 알록달록한 공까지. 

욕심 많은 막내는 그 많은 장난감을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해요. 

쉿, 제가 막내 장난감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 돼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하교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요. 

제가 학교에 있는 동안 막내는 무엇을 할까요. 

혹시 제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릴까요

하교 후에도 숙제가 너무 많아 막내와 같이 놀 시간이 없어요. 

얌전히 저를 지켜보고 있네요. 

‘막내야, 오늘은 먼저 자.’

드디어 시험이 끝났어요.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오늘만큼은 신나게 놀 거예요.

최근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 친구는 말을 정말 재밌게해요. 

요즘은 그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즐거워요.

오늘은 속상한 일이 많았어요. 

매일 행복하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한 날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요즘 부쩍 막내는 잠이 많아졌어요. 

점심시간이 다가오도록 고롱고롱 숨소리만 가득하네요. 

막내가 눈을 뜨면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막내야, 천천히 늙고 오래 행복하게 지내자.’


막내는 올해 16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중3인 셈이죠.

사람 나이로는 중3이지만 강아지 나이로는 어르신인 막내는 산책을 길게 못합니다.

아파트 동 하나를 휙 도는 게 하루 중 최대치의 운동이죠.

오후 1시 즈음 산책을 나갈 때면 하교 중인 초등학생들 소리로 시끌시끌합니다.

몇몇 아이들은 막내를 보며 “다리 짧은 강아지다!” 내지는 “귀여워, 만져봐도 돼요?” 하며 아는 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잠시 멈춰 서서 ‘막내가 훨씬 형(오빠)이야.’ 따위의 생각을 하곤 합니다.


오늘은 무탈히 하루를 보냈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엔 내일을 걱정하게 됩니다.

내일도 점심 가까이가 되어서야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야 할 텐데.

내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기침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할 텐데.

내일도 “막내야” 소리에 뒤돌아볼 줄 알아야 할 텐데.

지금의 평화가 조금 더 지속되길 바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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