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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신 케이 Mar 30. 2024

낭만 있는 선배

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95 - 낭만 있는 선배


Nikon F4 / Songtan, South Korea - May


대학교 때 이야기를 해보자면. 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1년은 기숙사에서 살았다. 아무래도 해외이기도 하고 대학교라는 곳도 난생처음이니 혼자 나가서 살기보단, 학교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에 내에서 사는 게 안전하고 적응하기 빠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꼬맹이 혼자 외국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도 걱정도 덜 수도 있고 말이다. 기숙사를 배정받고 학교에서 알려준 룸메이트의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당시에 페이스북이 존재는 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정도 없었을 만큼, 엄청 초창기였다. 심지어 SNS라는 말도 없었던 시절이다. 페이스북 이전에 뭐더라.. 마이스페이스였나? 암튼 미국애들은 그 사이트를 쓰던 시절이다. 하하. 시간 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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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내려 처음 받아보는 엄격한 입국심사에 여러 가지로 헤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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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대학교의 기숙사까지 겨우 겨우 도착해서 기숙사에 체크인을 했다. 2인실 방에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똑똑!’ 자신감 넘치는 큰 소리로 노크를 했다. 아! 그 룸메이트 녀석인가! 하고 반갑게 문을 열어보니, 어떤 호리호리한 인도인 아저씨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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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갑자기 실례합니다! 저는 10년 전에 여기 살았었던 사람인데요. 이번에 가족들하고 우리 학교에

여행을 왔거든요. 가족들한테 제가 살던 방을 보여주고 싶은데, 잠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

(눈빛이 초롱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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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감탄 1)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위 문장 그대로 엄청나게 젠틀했다. 모르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잠시 놀랐지만 선배의 뒤에서 자랑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후에는 나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와-(감탄 2) 가뜩이나 감성적인 나인데, 미국에 오자마자 낭만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배우게 되었다. 그 선배는 지금 삶의 어느 여유로운 지점에 있고, 그 시간을 가족과 즐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너무 멋있었고 부러웠다. 그래서 감동적이고 잊을 수 없는 기숙사 입실 일화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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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소중한 시기를 보냈던 어떤 한 장소 또는 세계를, 시간이 지나 삶의 다른 지점에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꽤 아름다운 여행 테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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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나의 첫 룸메이트는 동갑내기에, 인디애나주 토박이이며 "Hey Buddy", "Whasuup dude" 하면서 미국인 특유의 그... 턱으로 툭- 깔짝하는 쿨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무신경한 듯한 스타일이면서, 영어도 잘 못하는 동갑의 외국인 친구에게 꽤나 섬세하게 챙겨줬었다. 미국엔 언제 도착하는지, 공항 픽업이 필요한지,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정말 다 있는지 (그 친구 어머니가 계속 걱정이 되셨는지 타올, 그릇, 치약, 칫솔까지 엄청 가져다주셨다.) 등등 한 번도 만나본적도 없는 사람인 나에게 참 친절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나게 감사하다. 아무튼 15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는 소중한 인연이다. 친구가 아직 인디애나에 살고 있으니, 나도 그 낭만 있는 선배처럼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방문해야겠다! 만 아직은 여유가 없네~ 차암~ 하하. (참고: 해외에서 동갑을 만나면)


@ 미국 입국심사 아직도 그렇게나 까다로운 편인가요? =)



현대인들은 곡선의 원형보다는 직선으로 만든 사각형을 좋아한다. 곡선은 자연적인데, 직선은 자연적이지 않으나 동시에 사람만이 만들고 컨트롤할 수 있는 느낌을 준다. 이것은 사람에게 무언가 예측과 계획을 할 수 있게 해 주어 효율성과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일까 우리 세상의 대부분의 사진도 직사각형이다. 그 직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또 여러 직사각형의 프레임 구역으로 나누고 그 안에 각각의 이야기를 담는다. 마치 소중한 물건들을 여러 박스로 나누어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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