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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Oct 22. 2024

아이가 학교에서 맞고 왔다.

본캐는 엄마입니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다.

사람의 자식이나 개의 자식이나 아기들은 세상의 빛으로 태어난 것임이 분명하다.


호되게 혼낼 때도 있지만 문득 아이가 나에게 선물같이 나타난 천사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면 진정으로 신이 존재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형 같았던 둘째 아이가 어느덧 2학년 형아가 되었다.

운동 잘하고 다정하고 여자 아이들에게도 남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며 나 어릴 적 만화에서만 보던 그런 캐릭터의 남자아이로 자라 주었다.


반장 선거에서 6번의 재투표 끝에 몰표를 받고 반장 당선되었던 게 며칠 전의 일이다.

input 대비 output이 좋은 아이라며 역시 아이는 누구를 닮은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랬던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집에 오는 차량에서 한 학년 위 형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형이 핸드폰을 빼앗아 갔고 돌려달라고 의자를 쿵쿵 쳤는데 그러고는 형이 때렸다고 했다.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아팠지만, 일단 상황 파악부터 제대로 해야겠다 싶었다.


우선 차량 도우미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들었다. 형에게 사과하라고 해도 사과도 안 하더라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게 되어 죄송하다고 하셨다.

때린 아이는 핸드폰이 없어서 동생 들 것을 자주 빌려서 게임을 하곤 했다는 말을 전해 주셨다.


형제가 많은 집 아이인 것도 알고 있었기에 그 아이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이 가지만,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는 너에게 생긴 어떤 일이든 발 벗고 나설 준비가 되어 있으며 너를 가해하는 누구라도 당장 혼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아이를 안심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폭을 여는 일도, 따지거나 싸우는 일도 결코 이기고 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다친 아이의 마음을 적재적소에 해소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내 아이의 기분은 꽤 괜찮아져 있었지만 “엄마가 그 형아 혼내주는 게 맞는 거지?”라고 물으니 그렇게 해달라고 대답했다.


상대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거니 안 그래도 때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많은 일이 생길 수는 있지만 아이를 만나 얘기 정확히 나눠 보시고 저녁에 꼭 전화를 주셔서 우리 아이에게 사과를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두 시간 정도 흘렀을까.

그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때린 건 맞다고 하는데 먼저 의자를 발로 쿵쿵 차길래 때렸다고 하네요. 때린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드릴게요. “ 라며 우리 아이가 발로 쿵쿵 먼저 찼다는 이야기를 했다.


태도가 달라진 그 엄마에게 화가 난 것도 잠시

이건 아니다 싶어서 통화 도중 내 아이를 불러 물었다. “네가 먼저 발로 찼니?”

“아니. 형아가 먼저 내 핸드폰을 빼앗아 가서 달라고 해도 안 주길래 그렇게 한 거야.”


너무도 명확히 말하는 아이의 말을 그 엄마도 들었고 본인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먼저 핸드폰 빼앗았어?”

“네…….”

“그럼 네가 잘못한 거 맞네. 와서 사과해.”


그렇게 상대 아이는 사과했고,

용서가 준비되어 있던 둘째는 “괜찮아”라고 대답하면서 아이들의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내 아이가 때리는 일도 맞는 일도 생길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때 부모가 취해야 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면 결코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감정적일 수만도 이성적일 수만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감정이 응축되고 쌓이지 않고 제 때에 해소된다는 건 성장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응축된 감정은 언젠가는 폭발하기 마련이고 그렇게 진정한 소통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똑같이 때려주라는 말로 가르치지 않았다.

다만,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는 엄마가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음을……그 믿음이 아이로 하여금 어떤 일에도 단단하고 굳건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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