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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n 04. 2024

이른 아침 어린이 공원 산책

[청렴강의](충북문화재단)

https://blog.naver.com/pyowa/223469000371



아침일찍 청주 청원구에 있는 충북문화재단으로 출발했다. 7시 30분 충북문화재단 주차장에 도착했다. 



30분 전에는 교육담당자에게 얼굴보여줘야 불안해하지 않는다. 함께 강의장에 가서 교육자료도 넘겨보고, 마이크도 테스트 해본다. 10시가 교육시작이나 나에게는 2시간의 여유시간이 있다. 아무 할 일도 없는 자유의 2시간이다. 1시간은 산책하고, 1시간은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가방에 읽을 책 '금각사'를 넣고, 메가커피에서 커피 한 잔 사들고 주위를 설렁설렁 산책했다. 청원구는 완전히 평지인데, 대부분 옛날 양옥이다. 붉은 벽돌 빌라도 귀한 옛날 동네다. 계단에 항아리, 옥상에 선인장을 키우고, 대문위로 아치를 그려 장미를 가꾸는 그런 동네였다. 구석구석 훑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이 산다. 그들만의 미감과 그들만의 시간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때론 절실하게 살아간다. 



군데군데 어린이 공원이 잘 되어 있었다. 모두 요즘 만든 것으로 노인정 하나에 어린이 공원이 딸려 있었다. 노인정에 계신분들 같은데 어른신들이 나와 어린이공원 청소중이었다. 어르신들도 유튜브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분들은 시사뉴스나 트로트를 크게 켜고 홀로 계셨고, 할머니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늘어놓고 계셨다. 햇볕은 쨍했지만 그늘 밑은 시원했다.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침을 더 상쾌하게 했다.



다른 어린이 공원엔 사내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중학생쯤 되어 보였는데, 자전거를 자빠뜨려놓고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도 큰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러다 자전거를 탄 친구 한 명이 도착하면 다시 또 떠들기 시작했다. 여학생 한 명은 굵은 롤을 말고 누군가에게 블루투스로 통화하며 걷고 있었다. 무언가 투덜거리는 것도 같다가, 연애인 이야기로 빠졌다가 중얼중얼 떠들며 혼자 걷고 있었다. 이 친구와 통화하고 있는 여학생도 롤을 말고 혼자 수다를 떨며 학교에 가고 있을 것이다.



건널목마다 시니어 봉사단이란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이 있었다. 등교하는 학생들 보호하겠다고 LED 안내봉을 들고 서 계셨다. 봉사와 보호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나이로 보였다. 중학생들은 어르신들 LED 안내봉을 스쳐 지나갔다. 중학생들에게 어르신의 안내봉은 아무것도 안내하지 못하는, 눈에는 보이되 없는 것 같은  존재였다.



이제 어린이 공원 하나를 정해 책을 읽을 차례다. 미사마 유키오 '금각사'의 마지막 부분이다. 곧 불을 지르려는 순간이다. 순간 빠져들어 읽었다.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데, 좀전에 보았던 중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몰려왔다. 좀전에는 몰랐는데, 모두 까만 옷을 입었다. 평지인데도, 드롭바를 내려잡고 댄싱으로 골목을 치고 나갔다. 댄싱을 칠때마다 자전거는 휙휙나아갔고, 나를 세련되게 스쳐지났다. 자신의 생기에 취한 중학생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리쌍의 노래 '도시사이클'이 떠올랐다.



충북문화재단 임직원 모두 집중해서 잘 들어주셨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분쟁과 사건을 처리하는 게 내 직업이었다. 실제 처리한 사건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상황대응법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하셨다. 물론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얘기겠지만, 당연히 듣기도 좋았고, 조금은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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