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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y 31. 2024

30년을 뛰었지만, 고루했던 선배들의 자리에 도착했다.

[청렴강의](고위직과정)

https://blog.naver.com/pyowa/223464540045


5.29. 청주에 있는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에서 강의를 했다. 교육대상이 '고위직'이었다. 



공기업 사장님, 본부장님, 공공기관 실장님, 고위직 공무원, 지자체 국장님, 감사관님 들이 교육생으로 앉아 있었다. 조금은 긴장되었고, 그만큼 영광이었다.



최소한 25년 이상은 공직생활을 하신 분들이고, 자기 위치에서 성취를 이루신 분들이다. 감사와 징계에 쓰러져간 동료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꾿꾿히 살아남으신 분들이다. 



얼마나 많은 청렴교육을 받았을 것인가. 뻔하디 뻔한, 하나마나한 교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름대로 '감사에서 살아남기'를 기반으로 교안을 만들었다.  



직장문화가 너무도 빨리 변한다. 고위직들은 25년 넘게 출근했지만, 언제나 변해가는 사무실에 적응하느라 허둥댔다.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아 고위직이 되었다.



고위직의 운명은 임원이 되기 위해 달리면서도, 얼마남지 않은 퇴직을 준비해야 한다. 승진과 퇴직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새로 바뀐 규정이나 문화에 뒤쳐져 신고 당하면 곧바로 경주에서 탈락이며, 준비된 퇴직 같은 것도 없이 퇴직해야 한다.  감사, 징계, 수사가 진행되어 명예롭지 못하게 퇴직했다는 인접 기관의 소식도 종종 듣는다. 그들의 사건에 자신을 대입해보면 흠칫해진다. 무엇보다 퇴직금과 연금에 문제가 있어선 안 된다. 



퇴직이후 몇 년이 지나야 연금을 받는다. 연금 개시때까지 최소한 5년은 다닐 직장을 구해야 한다. 퇴직한 고위직을 받아주는 기업은 요즘 있던가. 지금 직장에서 이룬 성취가 퇴직해서도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선배들을 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 틈틈히 퇴직을 걱정하면서 임원 경쟁을 한다. 은퇴가 조금은 억울하다.



가상의 고위직을 그려보자. 3년 군대갔다 27살 공기업에 입직했다. 고루했던 고위직들이 떠올려진다. 30년전 고루한 고위직에 비하면 자신은 엄청나게 투명하며, 얼마나 소탈한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고루했던 선배들도 자신들이 20대 후반에 보았던 고위직들보다는 엄청나게 투명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27살이 나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고루한 고위직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고위직 자신이 27살때 느꼈던 고루함의 느낌은 같은 농도이지 않을까. 고위직 자신은 깨어있으려고, 공정하려고, 투명하려고 30년을 빙글빙글 뛰었다. 그러나 도착한 자리는 고루했던 선배들의 바로 그 자리였다. 공직의 삶이란 이런 것인가. 



고위직 분들은 이해충돌방지법이나 청탁금지법보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였다.  

    갑을 공격하고, 을은 매복한다.  

    복지부동은 아트Art다.  

    퇴직 후에 만나는 허들  

    보고 있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사였지만, 강의하면서 스스로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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