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길동 Jun 05. 2024

나무야, 무엇을 하고 싶으냐? 저는 하늘을 날고 싶어요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서현)(3/3)

https://blog.naver.com/pyowa/223470254740


기둥이 없는 구조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축가의 영원한 꿈이다. 1000년전에도, 지금도 건축가들은 최대한 허공에 떠있는 구조물에 도전한다. 


서양은 벽돌을 '아치'로 허공에 띄웠고, 우리나라는 나무를 '처마'로 하늘에 올렸다. 벽돌과 나무는 조금이지만 드디어 날게 되었다. 얼마큼 띄우고 싶었을까. 동서양의 꿈은 같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벽돌아,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저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루이 칸은 벽돌에게 물었다.)



전통건축의 기둥은 나무다. 비가 들이치면 나무는 썩는다. 비가 들이치지 않을 정도로 처마는 뻗어나 있어야 한다. 처마가 뻗지 못하면 기둥의 기단을 돌로 만들거나 건물의 높이를 낮춰야 했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목수는 나무로 웅장한 건물을 만들어야했다. 목수는 어떻게든 처마를 내밀어야 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처마가 매달린 지붕구조물은 튼튼해야 했다. 튼튼해진만큼 지붕이 무거워지면 두꺼운 기둥을 쓰거나, 여러 기둥을 써야했고, 두꺼운 주초와 많은 주초가 필요했다. 목수는 처마는 길면서, 지붕구조물은 최대한 가볍고, 기둥은 그리 많지 않아야하는 불가능에 마주섰다. 돌아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톱과 대패를 들고 높은 곳에 매달려 끝없이 도전했다. 목수는 무너져가는 처마를 보며 조금씩 수정해 나갔을 것이다.


작은 주초를 쓰면서 굵은 기둥을 세울 수 있도록 배흘림 기둥을 만들어 냈다. 기둥에 주두를 올리고, 주두는 포작으로 발전했다. 기둥과 기둥을 창방으로 연결하고, 창방위에 포작을 올려 없는 기둥이 있는 것처럼 힘을 받도록 만들었다. 주심포에서 다포식으로 진화되었다. 첨자, 살미, 소로, 단혀, 외목도리까지 처마는 기둥이 없는데도 조금씩 조금씩 허공에 떠 있게 되었다. 


나무는 기와와 단청이라는 갑옷까지 입게 되었다. 비와 바람을 맞으면서도 마침내 허공에 떠 있게 되었다.



나무야, 너는 무엇을 하고 싶으냐?

저는 하늘을 날고 싶어요.

기와를 이고,  단청으로 치장한 후 하늘을 날고 싶어요.





스페인 세고비아 수도교, AC 50년경, 전체길이 728미터, 최고 높이 30미터, 접합방식이 전혀 사용되지 않음


작가의 이전글 이른 아침 어린이 공원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