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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ug 04. 2024

주위를 둘러보세요. 실로 매력적인 세상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https://blog.naver.com/pyowa/223535711934



갈팡질팡했던 나, 수 없이 포기 했던 결심, 틀리기만 했던 확신들을 거치며 살아왔다. 예측하고 싶었지만,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왕좌왕 하던 사이에도 시간은 흘렀다.


읽지도 않았던 내가 어쩌다 읽고 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하루키 책을 읽게 되었고, 이후 찾아 읽게 되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하루키는 꾸역꾸역 자신의 두뇌상태를 유지하고, 글감을 찾고, 이를 고쳐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를 관찰하게 되었다. 길을 걷는 나, 카페에 앉아 있는 나, 달리기를 하는 나를 내려본다. 나를 내려보면 주위도 둘러보게 된다. 내 주변의 아저씨, 학생들, 강아지, 연두의 나무, 얼굴로 느끼져는 바람이 보인다. 책상에 앉아 나를 내려보면 안 보이던 것, 볼 수 없던 것이 배경이 생략된 채 선명히 떠오른다. 왠지 등장인물이, 건물이, 강아지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아무일 없는 하루가 있을 새가 없다. 하루가, 한 달이 매력적인 것으로 가득하다.


세대에 우열이 없다. 나이에도 우열이 없다. 그렇지만, 생각은 몸의 작용이다. 생각의 해상도, 탄성도 몸의 작용이다. 하루키는 체력이 떨어지면 사고의 민첩성과 유연성도 서서히 사라진다고 했다. 그래선지 하루키는 매일 달린다. 누구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정신적 탄성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근력과 달리는데 시간을 쏟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가동연한에 맞추어 스스로를 마감해야할 의무가 있다. 몸은 가동연한이 가까워지면 스스로를 약하게 만든다. 약해진 몸이 스스로를 움직이기 어렵게 만들고, 움직이지 않으니 생각은 둔해진다. 몽롱한 시간을 늘려가며 삶의 변화도 같이 몽롱해진다. 모든 것이 0으로 수렴한다. 0의 근처에서 무너지는 한 부분이 나타나면 죽음이 실현되고,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꺼지게 될 것이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겠지만, 따분하고 몽롱한 시간을 늦추려면, 읽고, 쓰고, 달려야 한다. 소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둘러보면서, 매력적인 세상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

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보십시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합니다.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는 사물이나 事象을 아무튼 세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붙이는 것이 아닐까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어찌 됐건 찬찬히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을 굴려본다. 약간만 시점을 바꾸면, 발상을 전환하면, 소재는 당신 주위에 그야말로 얼마든지 굴러다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당신의 눈길을 받고 당신의 손에 잡혀 이용되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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