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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막연히 믿지 말자. 상대가 선의이냐, 악의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자.
나에 대한 선의가 실현되었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상대의 선의가 실현되었음에도 나에게 나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상대의 선의가 실패했을 때, 나에겐 즉각적인 불이익이다.
정책도 같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정책의 성공과 실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위험이 누구에게 돌아가냐는 것이다. 응원하다 도취되선 안 된다. 정책이 실패할 때 정치인에게 무슨 위험이 있는가. '국민의 준엄한 심판'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구체적인 위험은 없다. 정치인들은 나의 것을 걸고 경기를 한다. 나의 건강, 나의 일자리, 나의 부동산, 나의 안전을 걸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걸지 않았으면서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언장담한다.
부동산을 생각해보자. 정책이 실패하면 위험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거품을 없애는 데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가. 부동산은 상승하고, 정부를 믿었던 무주택자는 여전히 무주택자로 남는다. 정치인들은 개인의 욕심, 투기세력, 국제적 금융환경 등 제3의 원인을 순식간에 찾아낸다. 자신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탐욕스러운 자들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더욱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한 번 더 믿어달라고 말할 것이다. 무주택자는 모든 걸 걸었으므로 수중에 아무것도 없다. 더욱 정부에, 정치에 기대게 된다. 하이에크가 말한 '노예의 길'에 한발씩 들어간다.
코로나로 인해 통화정책, 재정정책이 역대급으로 쏟아졌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라는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누가 가장 큰 이득을 얻는가. 자산과 부채가 많은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사람은 누군가. 정부와 공기업이다. 그들이 가장 큰 이득을 얻었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자산가치는 인플레이션으로 유지된다. 부자들은 담보대출로 부채도 많다. 부자들도 이득을 얻었다.
많은 무주택자들이 조금만 더 기다리라던 정부의 말에 청약을 기다렸고, 임대주택에서 저축하며 살았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무주택자의 계좌는 녹아내렸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도 분양받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무주택자들의 계좌가치가 정부, 공기업, 부자들의 주머니로 이전되었다. 역대급의 속도로 이넘어갔다. 선의의 기반한 정책이었지만, 실패의 위험은 오로지 무주택자의 몫이었다. 정치인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 이외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좋은 동네, 좋은 집에서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