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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는이가 Sep 18. 2020

타이밍, 대기하는 것.

텃밭일기-지금 심는 겨울대파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은 작년 겨울부터였다.


작년에 시기를 놓친 월동대파를 드디어 제 때에 심었다.




적기에 행하는 것이 별게 아닌 듯해도 직접 해보면 생각처럼 만만 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때를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퇴비를 섞어 숙성시켜둔 빈 자리.

때를 놓치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빈 시간에 다른 일을 보지 않는 것. 그 시간에 분위기와 흐름을 예의주시 하게 될 테니 가만히 있는 시간이 아니기도 하겠다.




그런데 내가 해보니까 축내기만 하는 듯한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보내기란 전력질주보다 더 어렵더라. 그 과정이 즐겁다면 애초에 버틴다거나 대수로이 여길 일 자체가 없겠지만, 보통은 백수 같은 시간을 주변에서 그리고 본인부터가 가만히 놔 둘리 없으니 하는 말이다.




옥수수대를 고양이 방패로 두었다.

그나저나 며칠 전에 심은 쪽파가 벌써 올라오기 시작했다. 쪽파들 사이에 뭔가 또 올라온다. 잎 모양이 저렇게 생긴 건 분명 먹을 수 있는 작물이다. 루꼴라나 청경채 따위로 추정된다. 올여름에 잎채소 씨앗을 뿌려봤는데 그때 싹을 못 틔운 것들이겠다. 땅을 뒤집으면 이렇게 종종 때를 만나는 일이 생긴다.

저 싹이 뭐가 될지는 둬 보면 알겠지.




먼저 심은 쪽파는 안정기에 들어섰다. 이제 굵어질 일만 남았다. 이걸로 파김치 할까? 파전할까?




참, 그리고 타이밍 하니 토란대 생각에 목이 멘다. 최대한 많은 볕을 쬐게 하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토란대를 다듬었는데 널으러 나가보니 비가 오네?

이런..... 토란대는 타이밍 죽 쑨 예.


어제도 그제도 맑아서 오늘도 그럴 줄 알았다.

원래는 엊그제 손질할 계획이었는데......

그랬더라면 완벽하게 말릴 수 있었을 텐데......

작업실 출근이 우선이라 이렇게 농사에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이후 사나흘 간 흐리고 비가 내렸고 토란대는 결국 곰팡이가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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