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비웃으세요.
편집자님으로부터 삽화가 얹어진 원고를 메일로 받아보며 두근두근.
2월이면 내 책이 인쇄되어 세상에 나온단다.
"뭐? 네가 책을?"
"책 써서 뭐 하는데?"
그래. 뜬금없기도 하겠지. 나를 아는 모두가 비웃어도 난 보람되고 즐거우니까 '마음껏 비웃으세요' 했다.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계약금이 입금되고 한 달이 넘어가도록 스타트를 끊지 못하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애간장이 타들어가는데……
어찌어찌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글이 풀리지 않을 땐 1주일을 꼬박 매달리고도 쓴 거라고는 고작 4줄이기도 했다. 그건 4줄을 쓴 게 아니라 일주일간 7~8장 쓴 걸 버리고 4줄이 남은 것. 그러니 나는 종종 벽에 머리를 들이박을 수밖에. 그러면서도 내가 나 스스로를 비웃는 건 견딜 수 없어 자다가도 깨서 글을 수정해 대는가 하면 여름부터는 소화제를 달고 살았으며 막바지에는 파란 하늘이 검게 보이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소설도 아닌 있던 일 쓰면서 엄살이 너무한 거 아냐?’ 할 수 도 있겠다. 그렇지만 변명을 하자면……
시골에서 집 지은 이야기는 9년 전 남편을 부모님께 인사시키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어디서 타임머신 구할 수 없을까?'
그것이 분명 있던 일이긴 하나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래전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하려니 뭐 거의 소설급 상상력이 필요했다. 더욱이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주어진 종이는 정해져 있어서 8년의 이야기 중 정수만을 뽑아 요약정리 해야 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
생에 단 한번 우등생이어 본 적 없던 내가 뇌를 풀가동한 날은 우스갯소리 아니고 정말로 정수리가 뜨끈뜨끈해져서 책상에서 일어났다.
'하아...... 그다음 과정이 뭐였더라?‘
이야기가 집 짓기로 넘어갔을 땐 하루도 빠짐없이 정수리가 뜨거워져 머리칼이 숭숭 빠졌다.
출판사와는 6개월 내에 마치도록 계약했는데 나의 느려터짐으로 인해 무려 1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브런치에서는 다정한 독촉알림이 주기적으로 날아왔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60일이 지났어요. 120일이 지났네요. 150일이 지났다고요. 아 글쎄 180일이나. 세상에 210일이. 무려 240일이, 270일...
때마다 죄책감이 일었고 나는 '365일이 되기 전에 돌아올게' 다짐했다. 그랬는데 원고의 굴에서 나오자 곧이어 삽화작업에 돌입하는 영광을 입었다. 삽화는 뭐 쉬웠느냐, 전공에 가까운 분야라고 만만하게 봤다가 한참 헤매서 우울증 걸릴 뻔...... 그렇게 이래저래 질척이고 늦장 부리다가 1년 하고도 10여 일이 지나서야 브런치로 돌아와 '글쓰기'를 클릭한다.
"히유"
수없이 많은 책 가운데 내 책이 얹어진다 한들 세상은,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걸 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 때 서서히 변화될 것도 안다.
그러니까 자, 이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해야지.
'이걸 1년 걸려 썼다고?'
비웃을까 모르겠지만 비웃을만하면 비웃어주시고 다음 이야기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 지켜보는 맛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웃고 지켜보고 그러려면 < 난생처음 시골살이 > 사서 읽어보셔야 하는데....
발간되면 다시 소식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