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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삐약이 Sep 04. 2024

단단한 내면의 삶

요즘 모든 것이 평온하고 평화롭다. 한바탕 길고 폭풍이 지나간 이제는 정말 아무 미련도 남지 않은 홀가분함이 나를 자유케한다. 사랑이 이별이 되고, 이별이 미련이 되고, 끝내 정리되지 않을 삶의 파편들로 조각조각 흩어져서 나를 어느 곳에서든 아프게 찌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시기도 지나간다는 삶의 시간과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안정된 내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고 아주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한 때는 이별 후의 아픔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어서 이럴거면 사랑은 시작도 하지 말걸 그랬나보다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었었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사랑에서 배우고 얻은 것이 참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부분에서 행복감을 느끼는지, 어떤 말과 행동에 감동을 받고, 어떤 말과 행동은 쉽게 전심으로 용납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상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또한 어떤 식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등 셀 수 없이 많은 점을 배웠던 시간이였다. 또한 그렇게 풋풋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나는 참 정이 많아서 웬만한 헤어짐은 항상 다 슬프다. 친구든, 동료든, 짧은 시간이지만 밀도가 높았어도 그 나름대로 슬퍼서 많은 눈물을 흘리는 편인데 이 지난 사랑으로 아파했던 것도 그만큼 진심으로 지난 상대를 대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그의 결혼이라는 충격적이었던 소식으로 그와 나의 인연은 영원히 정리되어버렸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나누고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서 고맙다. 이별 후에도 그가 잘 살길 바라며 진심을 담아 종종 깊은 기도를 하곤 했는데 그게 정말로 축복이 되었나보다 싶어서 마음이 아렸었는데 이젠 괜찮다. 새로 마음에 담은 사람과 사랑하며 잘 살기를 바란다.


이별이 참 힘들었다. 온전히 마음에서 지우는 과정도 참 어려웠고. 미련 아닌 미련이 많이 남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얼굴조차 잘 기억이 안 나는 요즘, 돌이켜 생각해보면 계속 더 함께 했다면 서로가 원치 않았던 부분이자 바꾸기 힘든 부분들로 인해 서로 계속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로 인해 그도 그에게 꼭 맞는 상대를 찾아나섰을테고.


이별 이후 많은 마음의 폭풍이 있었지만, 참 지난하고 힘들던 그 과정을 통해 이제는 나로서 온전히 설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참 감사하다. 그 사랑으로 인한 이별 덕분에 나의 인간적인 성숙 또한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어느 면으로 보나 이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나아진 내가 보이기 때문에 나는 요즘의 나 자신에 대해 아주 만족스럽다. 아주 평온하고. 


내 스스로 나에 대한 이런 평가를 남긴다는 게 가소롭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꼭 남기고 싶었다. 참 많이 성숙했다고. 이제는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떠한 가치를 세우며 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할지 조금 더 방향이 잡힌 것 같다. 


당장엔 연애 없이도 혼자서 너무나도 자유롭고 행복하고 충만한 요즘이다. 생물학적 나이 앞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긴 하지만, 혼자서도 행복한 요즘이라 참 감사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를 옆에서 잘 지지하고 믿어준 여러 소중한 친구들과 가족들도 정말 고맙고.


오래오래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더욱 단단해져가는 내가 보여서 참 좋다. 나 또한 이런 힘든 시기를 통해 겪었던 여러가지 요동치던 감정들과 사고의 변화를 잊지 않고 나의 자산으로 잘 담아뒀다가 같은 힘든 일을 겪는 많은 친구들 또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날 이러한 경험 속으로 밀어넣어주신 것 같고.


그래서 행복하고, 참 평온하다. 그리고 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묵묵히 곁에 있어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땐 객관적이고 냉철한 조언들을 해주는 사랑하는 모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 사랑, 내가 넘치고 또 넘치도록 갚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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