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든 것이 평온하고 평화롭다. 한바탕 길고 긴 폭풍이 지나간 후 이제는 정말 아무 미련도 남지 않은 홀가분함이 나를 자유케한다. 사랑이 이별이 되고, 그 이별이 미련이 되고, 끝내 정리되지 않을 삶의 파편들로 조각조각 흩어져서 나를 어느 곳에서든 아프게 찌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시기도 다 지나간다는 삶의 시간과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안정된 내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고 아주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한 때는 이별 후의 아픔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어서 이럴거면 사랑은 시작도 하지 말걸 그랬나보다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었었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사랑에서 배우고 얻은 것이 참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부분에서 행복감을 느끼는지, 어떤 말과 행동에 감동을 받고, 어떤 말과 행동은 쉽게 전심으로 용납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상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또한 어떤 식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등 셀 수 없이 많은 점을 배웠던 시간이였다. 또한 그렇게 풋풋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나는 참 정이 많아서 웬만한 헤어짐은 항상 다 슬프다. 친구든, 동료든, 짧은 시간이지만 밀도가 높았어도 그 나름대로 슬퍼서 많은 눈물을 흘리는 편인데 이 지난 사랑으로 아파했던 것도 그만큼 진심으로 지난 상대를 대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그의 결혼이라는 충격적이었던 소식으로 그와 나의 인연은 영원히 정리되어버렸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나누고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서 고맙다. 이별 후에도 그가 잘 살길 바라며 진심을 담아 종종 깊은 기도를 하곤 했는데 그게 정말로 축복이 되었나보다 싶어서 마음이 아렸었는데 이젠 괜찮다. 새로 마음에 담은 사람과 사랑하며 잘 살기를 바란다.
이별이 참 힘들었다. 온전히 마음에서 지우는 과정도 참 어려웠고. 미련 아닌 미련이 많이 남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얼굴조차 잘 기억이 안 나는 요즘, 돌이켜 생각해보면 계속 더 함께 했다면 서로가 원치 않았던 부분이자 바꾸기 힘든 부분들로 인해 서로 계속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로 인해 그도 그에게 꼭 맞는 상대를 찾아나섰을테고.
이별 이후 많은 마음의 폭풍이 있었지만, 참 지난하고 힘들던 그 과정을 통해 이제는 나로서 온전히 설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참 감사하다. 그 사랑으로 인한 이별 덕분에 나의 인간적인 성숙 또한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어느 면으로 보나 이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나아진 내가 보이기 때문에 나는 요즘의 나 자신에 대해 아주 만족스럽다. 아주 평온하고.
내 스스로 나에 대한 이런 평가를 남긴다는 게 가소롭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꼭 남기고 싶었다. 참 많이 성숙했다고. 이제는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떠한 가치를 세우며 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할지 조금 더 방향이 잡힌 것 같다.
당장엔 연애 없이도 혼자서 너무나도 자유롭고 행복하고 충만한 요즘이다. 생물학적 나이 앞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긴 하지만, 혼자서도 행복한 요즘이라 참 감사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를 옆에서 잘 지지하고 믿어준 여러 소중한 친구들과 가족들도 정말 고맙고.
오래오래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더욱 단단해져가는 내가 보여서 참 좋다. 나 또한 이런 힘든 시기를 통해 겪었던 여러가지 요동치던 감정들과 사고의 변화를 잊지 않고 나의 자산으로 잘 담아뒀다가 같은 힘든 일을 겪는 많은 친구들 또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날 이러한 경험 속으로 밀어넣어주신 것 같고.
그래서 행복하고, 참 평온하다. 그리고 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묵묵히 곁에 있어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땐 객관적이고 냉철한 조언들을 해주는 사랑하는 모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 사랑, 내가 넘치고 또 넘치도록 갚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