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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Nov 20. 2023

아즈텍 문명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국밥

멕시코 포솔레 (Pozole)

멕시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멕시코 음식이 뭐냐고 물을 때 당연히 전제해야 할 게 있다. "타코를 제외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100이면 99 이상은 타코라고 말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타코는 인생이야(Taco es la vida)"란 멋진 말을 들은 이후 동일한 질문을 들으면 이 말을 써먹고 있다.


 타코 말고 멕시코 음식 뭐 먹어봤어?라고 물어보는 멕시코 친구들이 꼭 언급하는 음식 2개가 있는데 바로 오늘 이야기할 멕시코식 국밥인 '포솔레(Pozole)'와 다음 편에 소개할 멕시코 사람들의 특별 소스를 끼얹은 음식인 '몰레(Mole)'이다.


 

멕시코 국밥 - 포솔레(Pozole)

포솔레(Pozole)는 껍질을 벗겨 손질한 옥수수 알갱이(hominy)를 베이스로 한 전통 국물 요리이다. 고기류(돼지고기나 닭, 소고기), 양파, 양배추, 토마토, 마늘 등을 넣고 끓이는데 여기에 멕시코 식 고춧가루 칠리를 넣고 끓이면 살짝 매콤한 국밥 느낌을 준다. 한국 사람들은 종종 포솔레를 육개장에 비유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론 국물이 진하고 얼큰한 맛을 내는 육개장보단 돼지국밥 국물에 고춧가루와 다진 양념을 조금 진하게 풀어 끓여낸 것에 가깝다.


색깔에 따라 국물이 하얀 포솔레 블랑코(Pozole blanco), 다양한 녹색 채소로 만든 소스를 베이스로 한 포솔레 베르데(Pozole Verde), 칠리와 토마토 등 빨간색 재료로 만든 소스를 베이스로 한 포솔레 로호(Pozole Rojo)로 나뉜다.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2 멕시코편에서도 소개된 음식으로 흰 국물의 돼지 국밥 비주얼을 자랑하며 침샘 고이게 만든 장본인이다.


포솔레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지배하기 전인 아즈텍 문명 때부터 존재했던 음식으로, 그 역사가 깊다. 당시 이곳 주민들에겐 옥수수가 신성한 식물이었던 만큼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었고 오늘날까지 이 전통이 이어져 멕시코 새해부터 독립기념일, 생일, 크리스마스 등 멕시코 주요 공휴일에 먹는다.


*멕시코 국립 인류학 연구소에 따르면, 식인 풍습이 있었던 당대에 포솔레에 인육을 넣었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는 가설이다.


물론, 언제든지 포솔레를 사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도 쉽게 이 포솔레를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치 갈비찜 같은 요리라고 할까. 특별한 날에 주로 먹는 주요 음식이지만, 일상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사 먹을 수 있는 그런 요리라는 점에서.


포솔레란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멕시코에 오기 전부터 알게 된 한국계 멕시코인 H였다. 밤새 술 먹고 해장할 때 이 포솔레만 한 게 없다며, 포솔레로 유명한 식당을 소개해주었는데 포솔레뿐 아니라 다른 음식들도 유명해서 평일, 주말 상관없이 번호표 뽑고 줄 서서 먹는 유명한 맛집이었다.



포솔레를 주문하니 기본으로 튀긴 토르띠야인 토스타다와 다양한 살사 소스 등과 함께 서빙되었는데 빨간 국물에 소고기와 양배추, 비트 등 건더기가 가득하다. 공깃밥을 국물에 말아먹지 않는 대신, 토스타다 위에 건더기를 올려 먹거나 국물에 찍어 먹는다. 국물은 약간 우리나라의 조금 진한 소고기 뭇국에 가까웠는데 얼큰한 육개장을 기대하고 먹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멕시코에서 먹은 포솔레 로호 (Pozole Rojo)

이날 포솔레를 먹고, 한 3일 정도 지나 또다시 새롭게 알게 된 멕시코 현지인 친구 J도 "멕시코에서 포솔레 먹어봤어?" 하면서 포솔레가 너무 좋아서 단골로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이후, 멕시코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현지인 친구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그만큼 이들에겐 특식이자, 타코 다음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타코에 비해 포솔레는 아즈텍 문명 때부터 전해져 오는 전통 음식인 만큼 이들이 포솔레 음식에 가지는 자부심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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