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작가 Oct 26. 2024

10화 팀 워크

타로 (Tarot)

  옥상 입구에는 준아와 재훈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는 자가 있었다. 기획처장의 지시로 준아가 기숙사 문을 나설 때부터 뒤를 미행하기 시작한 교직원 노조 대표 조경민이었다. 기획처장은 깡 마르고 생인지 구분이 안 가는 젊은 경민을 교직원 노조 대표로 만들어 놓고 뒤에서 조정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정보를 얻은 경민은 유유히 아래층으로 걸음을 옮기며 전화를 걸었다.


  "장님, 강준아 IT대학 학생회장 출마하겠답니다. 방금 전 IT대학 학생회장 재훈과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 수고 많았다."

  기획장은 묘한 대책이 떠올랐는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백지연이 허겁지겁 옥상에 도착했다. 헉헉- 숨이 차는 것을 보니 뛰어 온 듯했다.


  "야, 강준아, 학생회장 출마한다고? 진짜냐?"


  "그래, 지연아, 한 번 해보려고. 나 좀 도와주라."


  지연은 목이 뻐근한 지 어깨와 목을 왼쪽 오른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왔다. 오늘도 역시 선 머슴 같은 복장으로 다리 폭이 넉넉한 멜빵 청바지에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모습이었다.


  "잘 결심했다. 우리가 도와줄게!"


  준아는 지연이 건넨 오른손에 악수를 하고 재훈에게 고마움의 포옹을 했다. 준아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 같았다. 그제야 어젯밤부터 여태까지 찾지 못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지연은 선거 홍보 전문가였다. 이제까지 치러온 선거만 네 번이었고 모두 당선. 당선율 100%를 지켰다. 작년 선거에는 총학을 도와 성공시켰고 그 대가로 총학 집행부로 스카우트되었다. 그러한 지연으로부터 홍보 코칭을 받는다면 누구보다 유리할 수 있는 후보가 될 수 있다. 마침 가을 축제가 지난 11월이 입후보 기간이고 다음 주부터 홍보를 시작하면 되었다.


  지연은 선거 홍보가 본인의 최고 전문 분야 자신감이 넘쳤다. 벌써부터 신이 나서 아이디어를 던졌다.

  "준아 너는 이미지가 좋으니까 아예 초장부터 세게 연설을 하면 바로 먹힐 수가 있을 거야. 그게 금방 소문나게 되면 오히려 입후보를 하려 했던 학생들도 아마 노선을 변경하게 될걸. 그러면 좀 더 쉽게 이기는 선거를 하는 거지."


  이어 재훈이 거들었다.

  "초반 기세를 몰아 입후보 자체를 최소화하자?"


  지연은 좋은 포인트라는 표현으로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을 함께 구부려 오케이 사인을 만들었다.

  "최소화 정도가 아니라 제로를 만드는 거지. 찬반 투표로 갈 수 있게."


  "찬반 투표면 뭐 투표율만 신경 쓰면 되니까. 거의 당선이지머. 대박! 근데 왜 작년에 나 할 때는 이렇게 안 했지?"

  "오빠는.. 좀 어려운 상황이었잖아. 판을 어야 하는.. 그래서 눈치 보며 입후보했잖아."


  준아는 재훈과 지연 둘이 주고받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괜스레 어제 갔었던 인문대 옥상이 떠올랐다. 지연은 생각에 잠긴 준아에게 정신 차리고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그래서 말이야, 바로 다음 주 월요일! 첫 연설을 하는 거야."


  "엥? 당장? 오늘이 금요일인데?"


  놀라는 준아를 진정시키듯이 지연은 아까보다 더 진지해졌다.

  "그리고 연설 장소가 중요해. IT대학 학생들이 IT 건물에서만 수업을 듣는  아니거든."


  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겠지.. 그럼 학생식당에 가야 하나? 아니면.. 운동장?"


  "밥 먹다 체할 일 있니? 운동장에서 공 맞으려고?"


  지연은 잠시 일이 초 뜸을 들여 준아와 일형의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첫 연설 장소는..


  바로..


  우리 학교 본관 앞!"    


  "에~헤!!"

  준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지연은 너무 놀라는 준아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꼈다.

  "뭘 그렇게 놀라? 등교할 때 대부분 학생들이 본관 앞을 다 통과하거든. 오전 8시 30분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야. 그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는 거지. 연설시간은 8시 27분~32분, 5분이면 충분해!"


  준아는 본마음과 다른 뻣뻣한 고개를 강제로 끄덕였다.


  "어.. 그래.. 지연이가 제일~ 전문가니까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 주말까지 연설문 준비해 볼게."


  준아는 '하필 그 살벌한 저택 앞이라니.. 걸리는 것들이 몇 개 되긴 하는데.. 에잇, 그래 까짓 거 잘 되었다. 부딪혀 보자.'라고 결심을 굳힌 표정이었다.

  IT대학 옥상에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