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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순 Oct 06. 2023

직장인인터뷰 아홉. 메디컬라이터 사노니

저도 제가 10년 전엔 이런걸 하게 될 지 상상도 못했어요.




평생을 간호사로 살지, 안살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평생 '하나'만 알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인터뷰를 합니다.





직무: 제약광고 대행사 메디컬라이터 (Medical writer)


일한기간: 2년차


간략한 소개!

간호사, 코이카 (KOICA) 해외봉사단원, 역학조사관 등등 여러 경력을 조각모음하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쫓아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이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직업 자체보다 세부성질을 분류하고 판단해야해요.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것의 쓸모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하는 일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본업은 '메디컬라이터'로 제약광고 대행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부업으로 박사과정을, 취미로는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



메디컬라이터는 무엇인가요?

네이버에 검색해보니까, "의/약학 지식을 환자나 대상자에게 쉽게 풀어, 그것을 2차 가공하는 사람이다", 하더라고요.


메디컬라이터가 하는 일은 이름 그대로 '메디컬(medical)'과 관련된 '라이팅(writing)'을 해서 광고나 팜플렛, 보고서와 같은 어떠한 가공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간호사가 간호기록(차팅)을 남기는 것도 메디컬라이터가 하는 일과 비슷해요.





'메디컬라이터'의 시작은 제약광고였어요. 약도 광고를 해요. 약에 관한 광고나 브로셔를 언제 한번 본 적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약을 광고하는 것은 다른 상품들보다 좀 까다로워요.

약사법이나 기타 의료법규에 어긋나면 안되고, 핵심기관에 심의도 받아야하죠. 그렇다보니 일반 광고회사들이 단독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 '메디컬라이터'가 광고업계와 의약업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합니다. 전문 의학지식을 이해하고 콘텐츠까지 구성합니다.




메디컬라이터는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와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

이렇게 두가지로 나뉘어요.


지금까지 제가 설명드렸던, 광고콘텐츠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이하 커뮤니케이션 MW)'라고 하고요,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이하 임상연구 MW)'는 광고가 아니라, 임상시험과 관련된 문서를 작성합니다.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 임상시험 과정이 필요한데,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문서들을 작성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저는 '커뮤니케이션 MW'로만 2년째 일하고 있어서, 그동안 '임상연구 MW'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며칠전에 '임상연구 MW' 분들을 인터뷰할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눴더니, 저희와 비슷하더라고요. 하는 일도 큰 맥락에서 보면 비슷했고, 재택을 많이 한다는 근무환경유사했어요.   


커뮤니케이션 MW는 논문과 같은 전문자료들을 보고 광고 콘텐츠를 만든다면, 임상연구 MW는 전문자료로 보고서나 허가자료를 만들죠. 어찌되었든 메디컬라이터는 "의약학 지식을 쉽게 풀어서 2차 가공물을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저는 처음에 '메디컬라이터'라는 이름을 보고, 이게 ''카피라이터'와 비슷한 일을 하는건가?' 싶었어요.

맞아요. 비슷해요. 제 사수분도 카피라이터 출신이에요. 그런데 카피라이터와 다른 점은 의/약학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다룬다는 것이죠. 의약학 전문지식은 일정수준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해요. 그래서 관련 경력자나 면허소지자를 선호하는 편이죠.






현재 일을 한지 얼마나 되셨나요?


현재 일을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작년에 입사를 해서, 지금 회사는 2년차가 되었습니다.


유사경력으로는 6년입니다. 간호사를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해외봉사, 역학조사관 등등 모든 경력을 합쳤더니 그 정도 되네요.

사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돈을 벌려면 뭐든 해야하니까, 닥치는대로 했더니 여기까지 왔어요. ㅎㅎ






현재 일에 만족하시나요?


현재 일에 만족하시나요?

네,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 성향과 잘 맞는 일이에요. 앉아서 집중하고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해요. 시간도 잘 가고요.  



간호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메디컬라이터는 간호사와 성격이 정반대인 직업 같아요. 간호사는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지만, 메디컬라이터는 서류를 주로 다루니까요.

마냥 그렇지만은 않아요.

메디컬라이터도 간호사의 '순발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정말 필요한 직업이에요. 클라이언트의 제약마케팅 업무를 대행하는 직업이다보니, 클라이언트가 어떤 일이나 질문을 던졌을 때, 빠르게 받고 해결해서 답을 줘야하거든요. 


"이 논문에서 표1이 말하는 걸 브로셔에 쓸 수 있을까요?"

"평균값과 중간값 중 어떤 값이 더 유의미할까요?"

등의 질문에 제가 전문지식이나 경험을 충분하게 갖고 있다면, 빠른 시일내에 답을 줄 수 있겠죠.


사실 다른 직업도 비슷할 것 같아요.








이 일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이 일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저를 보통 처음에 소개할 때,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간호사였습니다."라고 소개를 해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엔 종합병원에 들어갔어요. 그곳을 두달만에 도망쳐나와서 한달 정도 쉬다가, 집근처에 있는 공공병원에 간호사로 다시 들어갔어요. 그곳에서는 1년동안 일했어요.


공공병원에서 선생님들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제가 너무 일을 너무 못하는거에요. 실수가 잦고 덜렁대고...  저는 이 일을 오래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잘맞는 직업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병원을 나와서 하는게 다 비슷하더라구요. 주로 공무원을 하거나, 아니면 돈 떨어져서 다시 병원에 들어가는 게 도돌이표 같이 보여서 저 두가지 말고 다른 게 없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대학다닐 때 선교단체 활동을 했어요. 단기선교도 몇번 가본 적이 있죠. 활동을 하다보니 선교단체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그렇게 졸업을 하고 공공병원 간호사로 일하다가,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코이카 해외봉사단은 국가에서 파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돈이 안들어요. 심지어는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정착지원금'이나 '취업지원'을 해주거든요. '너무 좋은 기회다' 싶어서 신청을 했어요.


저는 아프리카를 지원해서, 해외봉사를 에티오피아로 다녀왔어요. 수도도 아니고, 수도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떨어진 지역의 보건소에 있었어요. 저는 '간호' 직렬로 봉사를 갔던 것인데, 그곳에서 '간호'가 아니라 '보건학'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


'보건'하면 주로 보건소를 많이 떠올리잖아요? 간호가 my patient(내 환자) 개념이라면, 보건은 population (인구) 개념이에요. 다수를 대상으로 하죠. 제가 그곳에서 어떤 처치를 하면,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종로구의 어떤 보건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관련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 정확한 효과를 산출하기 어려워요. 보건소의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다른 건강 프로그램이나 보건정책이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그 효과만의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죠.


그런데 이곳은 달라요. 다른 요소가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제한된 조건에서, 확연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우유를 먹으면 정말 키가 클까?' 싶잖아요. 세이브 더 칠드런 (save the children)이라는 단체에서 '빨간염소 캠페인'이라고 염소를 마을에 보내주는 캠페인이 있어요. 염소가 마을에 보내지면, 그 염소 우유로 학교에 무료 우유급식을 할 수 있죠. 제가 있던 에티오피아 시골 마을의 아이들은 형편이 되지 않아서 우유를 학교말고는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무료 우유급식이 제공되는 학교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학교의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직접 재봤어요. 차이가 엄청 벌어지더라고요. 우유를 먹은 집단의 평균신장이 70이라면, 우유를 먹지 않은 집단은 30, 이런식으로 차이가 확연했어요.


이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 '이런 보건프로그램의 효과를 통계 분석하고 연구하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직업이 실제로 있는지도 몰랐고, 저 스스로 대학원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3.0도 안되는 학점으로 졸업했는데 어떻게 대학원을 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하다보니, 보건대학원을 가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임상을 다시 해야하나' 싶어서 병원에 잠깐 들어갔었는데, '역시 아니다' 싶어서 나왔어요.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주사실 알바도 하고, 그냥 컴퓨터학원을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찮게 암센터 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제가 그 선생님께서 원했던 인재였던 거에요. 채혈이 가능하고, 영어 관련 문서를 다뤄봤고, 연구비 영수증 처리가 가능한 사람. 그냥 간호사만 해봤다면 이 조건 중에 한 두가지만 해당이 되었을텐데, 저는 해외봉사단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세가지가 모두 충족이 되었던거죠. 또 원래 제가 공공병원에서 일했던 터라, 급여에 대한 기대도 그닥 높지가 않았어요. 급여가 적어도 다니기에 무리가 없었죠. 계약직이긴 했지만 연구직으로 일하게 되어 대학원도 가게 되었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직장 선택 기준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직무, 개인의 성장가능성, 같이 일하는 사람, 급여)

제 생각에 개인의 성장가능성, 일하는 사람, 급여 같은 조건들은 일단 그 직장에 들어가봐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취업전과 취업후로 기준을 나눠봤어요.


취업 전에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은 지원한 직무, 통근거리, 급여정도 일 것 같아요. 지원공고나 면접만 가도 파악할 수 있는 조건들이거든요.  지원직무는 공고에 자세히 쓰여 있는데, 그 직무들이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판단을 해야할 것 같아요. 급여는 공고에 나와있지 않더라도 면접에서 얼추 파악할 수 있어요. 경력자라면 직전 연봉에 맞춰줄 수 있는지, 신입이어도 '이정도는 받아야돼'라는 기준 이상인지를 보고 판단을 해보는거죠.


그렇게 해서 조건이 맞으면, 일단 출근해봐요.

출근하고 나서 제가 생각해보는 것은 3가지에요.

매일 할 수 있는지, 내일도 할 수 있는지, 1년 후에도 할 수 있는지.

이 세가지의 조건이 만장일치가 되어야해요.


저는 지금 하는 일이 재밌어요. 매번 다른 자료들을 읽어야 하고, 다른 일들이 주어지지만 업무파악을 하는데 그닥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돈을 받으면서 취미생활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또 자료를 읽고 쓰는 것 말고도 그 곁다리로 주어진 일들,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일들도 좋아요. 분명 안그러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물론 일이 익숙해지고,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에게 그렇게 힘들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내일도, 1년 뒤에도 매일도 가능한거죠.  


이런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분류를 해놓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도 제가 10년전에 메디컬라이터라는 직업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어요. 제가 했던, 혹은 하고있는 활동 중에서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분류하고, 좋아하는 일을 쫓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 분류라는 것이 거창한게 아니라, 간호사 일을 예로 든다면, "환자에게 교육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수술전후 처치는 힘들고 흥미가 없다." 이런 식으로 세분화하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이란?


 토크콘서트에서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할지, 잘하는 일을 해야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하니까, 노홍철이 그런 대답을 한거에요.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게 좀 거창해보일 수 있어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사소하더라도 좋아하는 어떤 것을 찾고, 그 성질을 이해해서 발전시키다보면 어느새 더 큰 범주의 것까지 잘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될 거에요.


저는 해외봉사활동에서, 한 마을에 어떤 임팩트를 줄 때 확연한 변화가 보이던 것이 재미있었어요. 그게 좋아서 대학원까지 진학했던 것이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고민이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국제보건'을 선택했는데, 그게 유망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이거해서 취업이나 할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하고 있을 때, 교수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그것이 본인에게 유망해진다"라고요.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그것의 쓸모를 발견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직업 자체로 그것의 좋고 싫음을 판단하기보다 세부성질을 분류하고 판단해야해요.


예를들어 '간호사 일이 나에게 안맞다'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의 어떤 부분은 나에게 잘 맞을수도 있어요. 3교대에 근무 내내 긴장해야하는 것은 싫지만, 환자와 대화하는 것은 좋아할 수 있죠. 그렇다면 환자와 대화하는 것은 왜 좋았는지 생각해보고, 그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다보면 길이 보일거에요.



한번뿐인 인생이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메디컬라이터 '사노니'님이 더 궁금하다면,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sanoni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sanoni_brunch_writer?igshid=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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