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메디컬라이터(MW)의 기본, 논문을 알아보자
지금까지 논문이 어떻게 생긴 지 알아봤다.
그럼 쓰는 것도 생긴 순서대로 쓰면 되나?
하지만 논문을 '쓰는' 순서는 다소 다르다.
연구는 일단 ‘결과’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양적연구던, 인터뷰한 대사가 나오는 질적연구던, 뭔가를 하고 나서 나온 결과물을 갖고 작성할 수 있다.
* 양적연구: 연구 데이터를 숫자로 모으고, 그 데이터를 통계와 수학을 사용해서 분석한다
* 질적연구: 연구 데이터를 수치가 아닌 텍스트, 그림, 대화 등의 형태로 수집하고 주관적인 정보를 이해하고 설명한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과 논쟁을 포함한 논설조의 논문도 있다. 하지만 대개 우리가 쓰는 논문들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기승전결에 맞춰 쓴다.
그럼 순서를 살펴보자.
<예시논문 출처: Lancet. 2014 July 26; 384(9940): 319–328. doi:10.1016/S0140-6736(14)60421-9.>
1) 일단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다.
연구결과: "소라페닙 킹왕짱!"
2) 결과(Result)를 표 양식에 맞게 기술(Table)하고, 방법론(Method)을 쓴다.
(두 개 순서는 바뀌어도 상관없다)
3) 결과에 따라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찰(Discussion)에 쓴다.
고찰(Discussion)에서는 "내 연구가 최초야" 같이 연구의 의의를 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 연구의 참가자가 좀 적었거든.. 그래서 막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좀 애매해.. 다음엔 너네가 참가자 수 더 많이 해서 연구해 줘"라는 식으로 부족한 점과 보완하면 좋을 점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4) 고찰(Discussion)의 참고문헌(Reference)을 활용하여 배경(Introduction)을 쓴다.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나리오 시작을 쓰는 극작가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5) 그리고 결론(Conclusion)을 한 문단 쓰고, 초록(Abstract)을 작성한다.
Conclusion 항목을 따로 만들기도 하지만, Discussion의 내용의 일부 중 “In conclusion”이라는 식의 문구를 붙여서 결론을 기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끝
참 쉽죠?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분명 내 글자로 썼는데! 표절 아닌데!”
하는 걸 입증해야 하니 이 또한 프로그램을 쓴다.
대개의 학교계정은 무료로 쓸 수 있게 제휴가 되었으나 아닌 경우 가입을 하여 소정의 금액을 주고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표절률이 얼마나 나오는지 보는데 이것도 저널별로 요구하는 %가 다를 수 있다.
과제 같은 경우는 40% 미만일 수도 있고, 보통 20-30% 미만을 요구한다.
논문에서 패러프레이징을 통해 가져오지 않는 이상 10% 넘기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표절률이 10% 정도라는 의미는 ‘진짜 네가 쓴 논문 맞는구나?’이다.
다 썼으면, 다 썼음! 할 수 있지.. 않다.
투고를 해야 한다.
책과 같다.
아무리 유명한 소설가가 작품을 썼다한들, 자기 컴퓨터 속에만 있으면 출판이 되겠는가.
출판사가 있어야 하고, 편집자도 있고, 그런 식으로 출판작업을 해야 대중에게 알려진다.
논문도 똑같다.
다 썼으면 내 논문의 주제와 맞는 저널을 탐색한다.
내가 참고한 논문들의 저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바로 탐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SCI의 경우, 해외저널 탐색기를 각 출판사별로 제공하고 있다.
아래의 사진들은 대표적인 출판사(Springer, Elsevier)에서 제공하는 내 논문과 적합한 저널 검색 화면이다.
,,,,
이런 식으로 조사하고 자신만의 엑셀표를 만들어 보자.
내 경우는
1) 각 출판사별 저널 검색기를 이용하여 저널들을 쭉 찾아서 엑셀에 정리한다.
2) IF(Impact Factor; 피인용지수 - 얼마나 많이 인용되었는지) 순서대로 높은 순에서 낮은 순으로 정렬하고,
3) 이 순서대로 투고를 시작한다.
유명 저널일수록 게재비를 비싸게 받고 있다.
저널입장에서 연구자이자 저자는 또 다른 고객님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저널에 투고를 편하고 쉽게 잘할 수 있게 친절한 설명은 필수로 둘 것이다.
투고할 때 보면, Instructions for Authors라는 제목으로 pdf나 링크를 만들어두었을 것이다.
투고할 때 필요한 줄간격, 글자체, 글자크기, 제목-소제목 스타일 등을 친절히 명시해 놨다.
얼추 비슷한 스타일로 하지만 투고를 할수록 천차만별인 게 많아서 조금 짜증 날 때도 있다.
(마치 입사지원서가 기업별로 다르듯이..^^ㅎㅎ)
여기까지 논문을 쓰는 순서와 저널 선택을 알아봤다.
다음 시간엔, 도대체 그 ‘결과’를 어디서 얻어오는지, ‘결과’만 있으면 너도나도 아무나 그냥 죽죽 써지는 대로 쓴 다음 투고(Submission)하면 되는지, 소상히 알려주겠다.
저자 소개
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편집자 소개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지방 종합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입사 6개월 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