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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Nov 22. 2019

늙은 호박

참 흥미롭다.


나는, 그냥 같은 모습으로 있을 뿐이다. 다만 좋은 것과 예쁘고 즐거운 일만 말하지 않고, 싫은 것과 추하며 화나는 일에도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나는 그렇게, 사람보다 요소와 현상에 대한 희로애락을 느끼고 표현할 뿐이다.


그를 바탕으로 그들은 '나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 낸다. 그들 스스로 상상해서 '그는 이런 사람이야'라며 '만들어낸 나'를, 내가 만족시키느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제 발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려 하고, 가까이 왔다가 다시 멀어진다.


칼날도 부러뜨리는 돌덩이처럼 단단한 늙은 호박의 껍질이 '나'라는 사람도 있고, 손만 대도 뭉개지는 홍시처럼 부드러운 늙은 호박의 속살이 '나'라는 사람도 있다. 속살을 기대한 사람은 껍질 같은 나에 흠칫 놀라고, 껍질을 상상한 사람은 속살 같은 나에 다소 의아해한다. 나는 그냥 늙은 호박 같은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나도 모르겠을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정의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낸 '나'와 일치하냐 아니냐에 따라 가까이 다가오다 멀어지곤 다시 가까워지려 하는 인간사가 참 흥미롭다.


참, 호박.죽.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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