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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둘맘 헤롱 Jun 13. 2024

벚꽃이 만개한 날

평온한 봄날, 조직검사를 받았다.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15개월 둘째가 드디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낮잠을 자기까지 3주가 꼬박 걸렸지만, 낮잠을 자고 완벽적응한 둘째가 대견했다.

  육아와 출산을 연달아하느라 4년간 정신이 없었고 몸도 많이 지친 상태였다. 재아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남편과도 아이들과도 큰 문제없이 평화로운 나날.. 남편과도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 남는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마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아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미뤄오던 숙제 같던 유방 초음파를 하러 신촌에 있는 유방외과를 갔다. 첫째 노아를 계획하기 전에 초음파 한 뒤 5년 만이다! 20대부터 가슴에 작은 결절이 많이 있었던 터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가벼운 검진이란 생각으로 근처에서 베이글 샌드위치를 먹으며 행복했다.


  초음파로 오른쪽, 왼쪽 꼼꼼하게 가슴을 훑는데 역시나 결절이 여러 개 관찰이 되었다. 모양이 뾰족뾰족한.. 혹도 보였다.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눌러 찍는 엑스레이도 찍었다. 최신기계라 그런지 별로 아프지 않았다. 선생님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오른쪽 가슴에 의심되는 모양이 있어 두 군데를 조직검사 해야 한다고 하셨고,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한 곳씩 하기로 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나를 둘러싼 풍경이 매우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국소마취하고 탕탕 총소리가 들렸다. 탕탕! 잊을 수 없는 소리였다. 평온한 나의 일상에 탕! 누군가 총을 난사하는 느낌이었다.


    병원을 나와 정류장으로 가는 길 만난 꽃집에 노란 프리지아가 한가득 놓여있었다. 세 묶음에 9,900원! 살까 말까 망설였지만 꽃이라니 사치야~ 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그 프리지아 꽃이 내내 생각났다. 그때 사 올걸 하고 남편에게도 여러 번 말했다. 결국 프리지아는 조직 검사 결과 듣는 날 사 왔다.


  평범한 날이었다. 노아, 재아와 하원 후 친구들과 여느 날처럼 놀이터도 갔다. 비눗방울을 쫓아다니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웃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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