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글쓰기

by 핑크리본

관심이 솟았다 이내 사윈다.

새로운 것이 도파민을 터뜨린다.

나의 호기심은 중구난방이고 뒷심이 약하다. 종류만 쌓이고 깊이가 없다.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나의 기호는 일관된 방향이 없다. 탱탱볼처럼 아무렇게나 튀어 종잡을 수 없다.


글쓰기는 왜 그럴까.

글쓰기는 나를 무척이나 힘 빠지게 만들고, 우울하게도 하며 무기력하게도 한다. 두통도 따르고, 극도로 예민하게도 하며 독서마저 하기 싫게 만든다. 부작용이 심하다. 그럼에도 오기인지 무엇인지 펜을 놓았다가도 다시 들게 되고, 다시는 글 따위 쓰지 않겠다 신경질을 냈다가도 어느새 노트북을 열고 있다. 글쓰기는 나를 들었다 놓는다. 가끔은 쓰러뜨리기도 하지만 케이오는 아니다. 밀당의 고수다. 죽을 듯 패고는 다시 일어서 경기를 이어가게 한다. 이쯤 되면 그런 수작 내게 안 통해, 됐네 됐어 나도 네가 싫어, 속 시원히 말하고 떠나고 싶건만 다시 책상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왜일까. 나의 짧은 호기심 수명이 글쓰기 앞에선 장수하는 까닭을 모르겠다.


싫은데 버리지 못하겠고 좋지만 잘하지 못하겠고. 글로 쌀을 바꿀 능력은 안되는데 한량처럼 글을 쓰긴 싫고. 애증의 글쓰기를 계속해야 할지 헷갈린다. 남편의 짐을 함께 나눠 들고 걷는 사람이고 싶은데 짐이 되어 업혀 있는 것만 같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뭐라도 된다, 고 아이들에게 늘 말하지 않았던가. 지난한 이 시간을 이겨내면 해가 보일지도 모는다. 해가 보인다고 끝나는 싸움도 아니다. 나는 산을 잘 오르고 있는 것일까. 내 속에도 어떤 이야기가 똬리를 틀고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을까. 키 큰 대나무가 되기 위해 뿌리를 단단히 다지는 중일까. 성취는 순간이다. 성취에 이르는 긴 과정을 즐겨야 한다지만 지금으로선 글쓰기에는 고통이 늘 동행할 것 같다. 즐기는 것은 욕심이고 견디기만이라도 하고 싶다. 글쓰기만은 영원히 지속하고 싶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포기 않고 꾸준히 결승선을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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