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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Feb 16. 2021

회사 책꽂이

오지랖이지만 괜찮아

mi mei mi 님의 아래 글을 읽고, 회사 책장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몇 자 적는다.

(중고로 구매한 책이 알고 보니 직원들을 위해 '사진집' 같은 책을 비치해 놓은 회사의 책이었다는 이야기)

https://brunch.co.kr/@mimei83/66




나는 늘 우리 회사 서가(書架, 책꽂이)가 부끄러웠다.

회사 책장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끄러움이다. 대부분 직원들이 구매요청을 하는 책들로 채워지는데 1년에 10권이 추가될까 말까 한다. 읽을만한 책도 없거니와, 정리하지 않아 대부분 오래된 지난 버전의 소프트웨어 설명서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책은 모두 각자 구매하거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 빌려보고 있다면 모르겠으나,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회사 내 구성원들이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 회사의 책장인 것 같다.




나는 읽고 싶거나 필요한 책이 있으면, 우선 다음과 같이 여러 번 판단한 후에 책을 사거나 빌려 읽는다.

'두고두고 읽을 책인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을 책인가?(나중에 내 아이가 읽을 수도 있는 책일까?)'라는 물음에 맞다고 판단되는 책이면 구매를 해서 읽는다. 주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이후에도 계속 판매되고 있는 고전류의 책들이거나, 글쓰기와 같이 일생동안 참고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진 책들이다.

한 번만 읽어도 될만한 책들, 잠깐 참고하면 될 책들을 구매하지 않고 가급적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려고 한다. 책을 사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책을 보관할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읽고 나서 짐이 될만한 책들은 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들은 위와 같이 사거나 빌려 읽는 편인데, 회사 업무적으로 필요한 책은 조금 다른 고민을 한다. 나만 한번 읽어보면 될만한 책들은 물론 빌려서 읽는 편이고,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책인가?'라는 판단이 서면 회사에 구매 신청을 해서 읽고 회사에 비치해 놓는다.

가끔은 개인적으로 구매했거나 도서관에서 이미 빌려 읽은 책인데, 동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면 나중에라도 구매신청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책들은 우리 집이나 회사의 내 자리 책꽂이에도 꼽혀 있고, 회사 책장에도 놓여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궁금해서 회사 보유 도서 목록을 살펴보니 최근 5년 내에 구매한 책 중 절반 정도는 내가 신청한 책이다.


한 번은 술자리에서 친한 회사 동생에게, 이런 식으로 회사에 책을 꾸준히 (회사 비용이지만) 사두었는데, 책을 너무들 안 읽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더니, 핀잔만 돌아왔다.


"그냥 형 필요한 책이나 사달라고 해서 읽어~!'




독서는 저자와의 '만남'이라 생각한다. 업무적으로는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지만, 진솔한 생각들을 나누게 되지 않는다. 또한 오래 알고 지낸 가족과 친구와 같은 지인들은 오랜 기간 못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대화를 하더라도 새로울 것이 없다.

사람은 조물주가 아닌 이상 새로운 생각을 창조해낼 수 없다. 그렇기에 늘 낯선 존재와의 만남과 깊은 대화를 통해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가고 때론 바꾸기도 하면서 점점 본인이 그려나가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 '만남'의 관점으로 볼 때 나는 독서만 한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내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 이런 생각으로 회사 책장을 채우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소개해준 사람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면, 굳이 애써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회사에 읽을만한 책이 많아서 좋아요."


얼마 전 뽑은 신입 직원이 회사 책장을 보더니 말을 건넨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는 책을 이렇게 비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혀 없는 것과 빈약하지만 조금이라도 있는 것의 차이는 크다.


"그래요? 내가 보기엔 별로 읽을 책이 없는 것 같은데.."


라고 이야기했지만 조금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어떤 행동이 모두에게 다 좋을 수는 없겠지. 내 노력이 소수의 동료들에게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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