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너피스 Jul 14. 2020

싫은 소리를 싫지 않게 말하는 기술

80년대생도 90년대생이 어렵다

살다 보면 불가피하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직급이 올라가고 책임질 영역이 커질수록 그건 정말 피할 도리가 없다.


나름 좋게 좋게 에둘러서 말하면 상대방이 상처는 덜 받지만 못 알아듣거나 의도가 잘못 전달이 되기 십상이었다. 반대로 팩트 폭력을 날리면 상대방은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입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둘 다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름 공부도 하고, 벤치마킹(이라 부르지만 사실 남이 했을 때 좋아 보였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해 보기)도 해보면서 '싫은 소리를 싫지 않게 말하는 기술'을 조금씩 터득해갔다.


모든 이에게 100% 먹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써먹어보고 나름 괜찮았던 기술(?)을 몇 개 공유하고자 한다.



#. '싫은 소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하기


혼이 나거나 지적을 받아 화가 나거나 창피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아마 지적받은 내용 그 자체보다 내가 혼이 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지켜봤다는 것 때문에 더욱 화가 나고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면, 공개석상에서 그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오히려 부작용만 부를 뿐이다. 상대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할 것이고, 반성과 성찰보다는 억울함과 수치심이 생겨난다. 어떤 이에게는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내가 원했던 대로 행동의 개선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나에 대한 존중심은 사라지고 분노만 남기 때문에 그 이후에 관계가 틀어져 오히려 함께 일을 해나가기 어려운 사이가 되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지적이나 피드백은 다른 사람이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 해야 한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야기가 잘 마무리가 되면 둘이 나누었던 그 대화의 시간이 오히려 서로에 대한 신뢰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 불러낸 목적은 사실 그대로 이야기한다.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까 두려워 말을 빙빙 돌리는 건 오히려 상대를 더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든다. '뭔가 혼내려고 부른 건 확실한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거야ㅠㅠ'라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다.


따라서,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왜 하고자 하는지'를 그대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대화의 목적이 '지적' 그 자체가 아니라 '개선'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목적은 '문제 행동을 개선'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상대는 오랜 세월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아마 자신의 행동에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내가 상사라면 왜 그 행동이 문제로 비치는지 알려주고, 그에 대한 개선책을 '함께' 찾아주어야 한다. '너는 OO가 문제다'라는 지적으로만 끝나면 서로에게 Win-Win이 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예) 지금 잠깐 보자고 한 건 OO 씨 평소 행동 중에서 내가 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인데(널 부른 이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필요하면 함께 개선책을 찾아보려 해요(우리가 할 거)"



#. 나의 관점을 먼저 얘기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들어본다.


상대의 행동을 지적할 때 역효과가 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상대의 행동과 의도를 일방적으로 단정 짓는 화법이다.


'너는 너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너는 업무 공유를 제대로 안 해'와 같은.


내 관점으로 보면 100% 그의 잘못 같아 보여도, 그의 관점에서 보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따라서 내 관점에서 그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 지 있는 그대로 먼저 이야기를 해주고, 그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


어렵게 느껴진다면 "It seems~(~처럼 보이다)"를 써먹으면 된다.


'내가 보기에는 하고 있는 업무가 팀원들에게 공유를 잘 안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OO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대화를 통해서 서로 관점의 GAP이 있었음을 이해하고, 이 GAP을 없애나 가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을 단정 짓지 않고 그의 관점을 들어보려 하면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옳고 그름으로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지적을 수용할 자세를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직구 신입과 꼰대 상사가 만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