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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Apr 22. 2022

현실에 찌들어가는 인생

인생에 판타지는 없는걸까?

아직 어렸던 20대후반

연기수업을 한창 들으러 다닐때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수업을 했다.


그저 배우고 배우는게 즐거워서 

연기를 한다는것 자체가 신이나던 시절이었다.


연기수업을 받다보면 아직 현장에 나가지 못한 배우지망생들과

현장에서 뛰고 있는 배우들이 함께 받기도 했는데

무언가 현장을 다니고 있는 배우들은 빛이 났다.


대부분 30~40대 선배님들이셨는데

바라만봐도 멋졌다.


나도 30대가 되면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젊음을 훈련에 몰입했던것 같다.


'나도 그 형처럼 발성이 더 울리게'

'그 선배처럼 자연스럽게'

'대본에 몰입해서 더 리얼하게'


연기쪽에서 강조하는 '메소드연기'에 한창 빠져있었다.


'배우'라는 단어를 조금더 소중히 다루고 싶었다.

내가 어느정도 경력이 되고나면 그때 '배우000'입니다. 라고 멋지게 말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 멋진 선배들이 연기할때말고 나를 아쉽고 실망스럽게 하기도했다.


"너 그 촬영갔다왔어?"

"어....돈 필요해서."

"그래 돈 벌어야지."


그 멋진 선배들이 '돈을 벌기위해서' 촬영에 나간다는 그런 말을 들을때

배우란 자유로운 직업이 아니던가?

어떻게 현실때문에 하기싫은 촬영을 나가고 하기싫은 배역을 받아들였단말인가?

몇백만원도 아니고 단돈 10만원에??


현실이란 이유로 선배들은 '멋짐'을 포기했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장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기술이 연기이니 그 기술을 이용해 현실을 사는것이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고 버티기위해 '돈을 버는 행위' '돈을 버는 수단'이었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내가 꿈꾸는 '배우의 삶'이란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표현하며

그 자유로움을 표현한 대가를 합당하게 받으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극히 현실과 뗄레야 뗄수가 없는 직업이라니.


그때 결심했다.

"나는 저 선배들처럼 되지 않겠어."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내가 예전에 진짜 싫어하는 모습의 선배가 있었어."

"왜 막 싸가지 없고 그랬어?"

"아니 사람은 좋아."

"그런데 왜?"

"연기도 잘하고 정말 앵글안에서 빛이 나는 사람이었어."

"?"

"그런데 돈을 벌려고 연기를 한다고하더라."

"돈을?"

"어...배우가 그 멋진 '배우'가 돈 때문에 연기를 한다는거."

"그게 왜?"

"그게 그렇게 싫었어."

"당연한거아냐?"

"맞아. 이제는 나도 아는거지. 선배가 왜 그렇게 살수밖에 없는지."

"돈 중요하지."

".....시간이 흘러서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더라. 나도 그렇게 살고 있더라고.

순수하게 연기를 한다? 웃기지마. 돈을 벌기 위해 오늘을 잘살려고 먹고 살려고 연기를 하더라고.

전화가 오면 개런티를 묻게되고 그게 중요하게 되고. 궁핍하면 단돈 10만원에도 연기를 하고."

"...휴.... 어쩔수없잖아. 먹고 살아야하는데. 카드값도. 대출값도. 생활비. 당장 나갈돈이...고정지출비가 있잖아."

"맞아. 진짜. 맞아 ........씨발..... 나도 ....내가 싫어하던 모습의 사람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이게 당연하대.... 난 진짜 이렇게 살기 싫었는데....."



10년전 나는 어렸던걸까?

10년후 내가 당연한걸까?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또 똑같은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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