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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Jun 05. 2023

이별일기_day1

카카오톡차단 아직 안했다

카카오톡 채팅방 검색창

'김 xx'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몇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너와 나의 채팅대화방에 들어갔다가 껐다가......


그냥 그런생각이 들더라.


내가 너와 대화했던, 우리의 추억이 모여있는 이 채팅방을 나가버리는게 상도가 아닐까?

그냥 나가버리면 내가 너를 내안에서 완전히 없앨수 있지 않을까?


사실 난 너와 헤어지고 말이지 

카톡프로필 차단, 안했어.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는데


뭐 철천지원수 사이도 아니고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귀다 헤어진건데

너와 내가 사랑하고 이별하게 된건데

굳이 그 시간들을 강제종료하겠다고

뿌리채 뽑아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휴지통에 던저버리겠다고

델리트만 누르는게 아니고 쉬프트+델리트를 눌러버리겠다고 해야하나말이야.


맞아.

예전의 나였다면 그랬겠지.

헤어졌으면 두번다시 보지 말아야지.

사진,영상은 물론이거와 작은 추억하나조차도 남기지 말자.

아예 너를 내 인생에서 차단해버려야지.

그게 헤어진 연인에 대한 도리지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나도 나이를 먹어서그런가?


작은 추억이 그리우면 보고싶어지면 찾고싶어지지 않을까?

마음이란게 강제종료한다고 내일부터 생각이 안날까?

새로운 사람을 바로 만날수 있는것도 아니고

너와 나의 시간들이 

'지금부터 눈감자'한다고 지워지지는 않더라고.



잔잔한 파도가 그리움으로

자꾸 내 마음을 건드리니까

너를 그리워할수 있는 추억정도는 내버려둬도 괜찮지않을까?


헤어지고 한동안은 너에 대한 원망과 분노 답답함 짜증

또 한동안은 바쁘게지내면서 잊고지내기도했고

그리고 문득 오늘, 내가 느끼는 너에 대한 이 감정은 뭘까하는 물음이 들었어.


연민

그리움

후회

아쉬움


뭐 그런건가?


안봐야지 안봐야지 하다가

결국 너의 카톡프로필을 봤는데 즐겁게 잘 사는것 같아.

잘살면 된거지. 

나와 헤어지고 행복해졌으면 축하할일이지.


......



내가 너한테 최선을 다하지못해서

그 시간이 부족했던건 사실인데


마지막을 급하게 맞이해서

내가 기대한것보다 더 사랑할시간이 부족했기에


나는 지금 감정을 '그리움'이라고 부를래.

너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었고

촉촉하고 따뜻하게 내 입에 닿아있던 설렘이 있던 

삭막한 내 인생에 잠시나마 있던 '연애에 대한 그리움'


다음 연애를 시작하기전까지

나는 이렇게 그냥 내 마음을 끄적일거야.





나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그저 고마웠고 미안해.


식성부터 생각하는게 많이 달랐지만

너도 나와의 그 시간을

많이 그리워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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