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말할곳없는 말한다고 바뀌지 않는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10년이상 오랜친구들...
진짜 찐친은 가끔보더라도 어색하지 않고 마음이 편해서 좋다.
1년에 한번 정도 만나는데
가정을 꾸린 친구
나처럼 총각인 친구
각자의 삶에 충실히 살고 있다.
그들과 20대처럼 떠들고 웃고 마셨다.
그러다 10시쯤 되었을까?
막차시간이 다가오기에 먼저 일어나겠다하였고
먼저 가겠다는 내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오랜만에 보는데 먼저가냐?"
"나도 내일 일있어!"
오랜만에 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자
이 만남이 현실을 벗어나 20대의 그 파릇파릇한 어린시절로 돌아가게 하는데
내가 빠짐으로 흥이 깨지는거에 대한 불만섞인 친구들의 항의.
왜 모르겠나?
나도 아주 잘안다.
3040의 찌든 현실에서 벗어나는 얼마나 재밌는 시간인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다.
이상과 다른 현실에 짓눌린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해결해야하기에 누구도 해결해줄수없기에
내가 느끼는 이 허전함과 쓸쓸함
온전히 나 혼자 감당해내고 있기에
택시비6만원이 아깝기도 하지만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아쉬움과 불만섞인 항의를 매몰차게 뒤로하고 먼저 나왔다.
장마라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지하철 막차를 타니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내가 강남을 가던 길에는 꽉차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빵빵한 에어컨이 춥게 느껴졌다.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제.
모 연애프로그램에 지원을 했었는데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상세하게 나의 재산이나 이상형등을 물어보더라고.
그런데 어느순간, 나를 다 벗겨내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남에게 잘 얘기하지 않는 나의 현재상황
모아놓은 돈도
어느새 먹어버린 나이도
꿈이라는 목표로 걷고 있지만 사실은 많이 외로운 나의 현재를
작가와의 통화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소소한 행복을 꿈꾼다.
그안에는 나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틀간의 일들은...
나의 현재를,
세상이 무너져라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맛비 속 작은 우산을 들고 서있는 나의 불안한 현재를
진하게 느끼게 했다.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닌 답답한 현실에
작아져 버린 자존감과 점점 조개껍데기 안으로 숨는 나를
사실 내 마음은
여유가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