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작은 해안 마을에 나타난 식인상어를 처치하기 위해 싸우는 경찰서장의 이야기”
이 문장을 읽자마자 떠오른 영화가 있는가? 아마 대부분이 미국의 공포영화 <죠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영화 <죠스>의 로그 라인이다.
로그 라인의 사전적 정의는 “이야기의 방향을 설명하는 한 문장, 한 문장으로 요약된 줄거리.”이다. 즉, 영화의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는 일종의 헤드라인인 셈이다. 로그 라인은 영화의 기획의도와 콘셉트, 주인공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가 맞닥뜨릴 난관과 갈등 상황까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한 줄짜리 요약본이다.
사실 로그 라인과 시놉시스만 잘 들여다봐도 어느 정도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모든 인물들은 로그 라인과 시놉시스를 벗어나서 행동할 수 없고 영화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전체 이야기 흐름의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물의 행동과 표정, 대사 속에서 복선과 단서들을 눈치챈 관객들은 이미 해석을 마친 후 여유롭게 관람하기도 한다.
서사와 개연성은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조건이다. 아무리 짧게 등장하는 인물일지라도 의미와 맥락이 부여되어야 하고, 주인공이 가지는 중심 서사에는 큰 힘이 실려야 한다. 주인공이 탄탄한 서사와 개연성을 힘입어야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서사가 탄탄하지 않거나 감정이입이 될 만큼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 영화는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으로 전락한다. 결말을 향한 흐름 속에서 주인공이 옳은 일에 힘쓰고, 아름다운 가치를 지키려 애쓸수록, 관객들은 주인공의 삶을 한 마음으로 응원한다.
내 인생의 로그 라인은 무엇일까? ‘나’라는 주인공이 어떤 환란과 풍파를 겪고 성장하는 지를 요약한 한 줄짜리 로그 라인은 어디에 존재할까?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손에 쥐고 나왔더라면 삶이 조금은 더 견딜만한 것이 되었을까?
영화와 달리, 우리 삶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리 예측하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삶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해내고 자신이 바로 그런 인물임을 증명해 보이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본질과 정체성은 삶 속에서 선택해왔던 많은 결정들을 통해 드러난다. 우리의 모든 선택은 삶의 방향성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내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우리 모두는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지키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생의 끝을 맞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가 내린 선택들의 총합이 귀결되는 지점에 서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인생이 완성시키고 있는 로그 라인에 대한 실마리는 나의 일상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 사람들을 만나 쏟아내는 말,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드러나는 나의 모습,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나와 아무 상관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반응. 이 모든 것들은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내 일상의 하루하루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내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바로 내 인생의 로그 라인을 창조한다. 그 물결이 마음에 들 때도 있었고 들지 않을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괜찮다.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삶의 전환점이었을니까. 우리의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며 마지막 장을 덮기 전까지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물론 다른 이의 삶의 무대 위에서 나는 그저 지나가는 행인 1, 2, 3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무대에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일지도 모르고 또 다른 무대에서는 누구도 관심두지 않는 존재감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삶의 무대 위에서만큼은 유일무이한 단 한 사람의 주인공이다. 나를 위한 무대 위에서조차 행인처럼 우왕좌왕하긴 싫다. 아직 완전히 찾지 못했으나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는 내 삶의 로그라인을 위해. 잠시 웅크리고 있으나 여전히 멋지게 성장 중인 나를 위해. 오늘도 나는 한 걸음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