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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샤 Jan 11. 2019

엄마가 생겼다

딸이 소원이라던 라다크 아주머니. 딸이 되어드리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난 눈이 반짝이는 어제의 그 남자애와 거실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한가로이 아침 식사를 마음껏 즐기려는 나와 달리 식사 도중 벌떡 일어난 남자애가 어디선가 노트와 펜을 가져와 한국어를 알려달라며 조르기 시작한다. 
“흠.. 어쩔 수 없지..” 나는 남은 감비르를 입 안에 넣고 버터 티를 호로록 한 입 더 마신 후 그와 마주 앉았다. 

“넌 지금부터 내 동생이야. 앞으로 내게 누나라고 부르도록 해”

   난 지미에게 제일 먼저 누나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었다. 
호기심 덩어리 지미는 이 집의 셋째이자 막내아들로 고등학생을 갓 졸업한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내가 알려주는 단어를 곧잘 발음하는 지미와 열심히 한글 공부를 하고 있으면 아말 레(어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와 버터 티를 채워주었다. 

라다크 전통 아침식사. 감비르와 버터 티 ⓒ인도 아샤

  아말 레가 매일 아침 식사용 감비르(전통 발효빵) 천천히 구워낼 때 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넙죽 받아먹기만 했는데 2주가 좀 지난 뒤부터는 같이 만드는 걸 도와드렸다. 발효된 감비르 반죽을 떼어 동글게 굴려 만들기, 밀대로 밀기, 불에 굽는 일(태워먹기 일수)등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아말레는 그런 날 보며 신나게 웃곤 했다. 

그 외 소소한 일거리도 거들기 시작했다. 공동 우물에 가 물을 긷는 일이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일. 저녁 식사 준비와 밭일, 집안 청소 등등 자기 집에 온 귀한 손님인데 일을 하지 말라 극구 말리던 그녀도 점차 가족처럼 날 대해주었다. 

  처음엔 안티(이모)라 불렀는데 나중엔 엄마(아말레)라 뜻하는 라다크 어로 그녀를 불렀다.

 내가 웃으며 아말레를 부르면 아말레도 수줍게 미소를 띠며 응답해 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말레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한가로운 오후 아말레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난 항상 아샤 같은 딸을 갖고 싶었어아샤처럼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갖고 싶었지무뚝뚝한 아들만 셋이라 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간절했던 거 같아.”

아말레내가 여기 있는 동안엔 아말레 곁에 딸처럼 있어 줄게요.”

  아말레를 꼭 껴안았다. 여행자인 내게 이런 호위와 친절을 베풀어 주는 아말레와 가족들이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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