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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샤 Jan 11. 2019

히말라야가 보이는 싸구려방

100만원 짜리 전망. 그런데 방 가격은 1700원? 

1974년 당시 라다크를 세상에 공개했던 카슈미르 정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바로 관광객들이 묵을 호텔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지의 열악한 도로상태와 건축자재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텔들을 뚝딱 지을 수 도 없었다. 준비 없이 갑작스레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걸 취소할 수 도 없었던 정부는 라다크 현지인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관광객들에게 빈방을 내주기로 약속했고 이 회의로 순식간에 500개의 방이 생겼다. 

대가족 형태로 모여 사는 라다크인들의 집에 가족들과 친척들을 위한 여분의 방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광객들은 홈스테이를 통해 숙소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받았다. 라다크인들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당시 호텔의 대안으로 시작된 결과였지만 여전히 라다크 곳곳에서 홈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그 사이 부페와 수영장을 제공하는 고급 호텔들도 생겨났지만 말이다.

왕궁이 있는 레 중심 시가지 ⓒ인도아샤

   9개월 동안 인도 곳곳을 방랑하며 그지 같은 숙소에서 많이 묵었던 탓에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 였다. 특히나 남인도 고아에서 흡혈귀의 친인척관계로 추정되는 벼룩과 빈대 부대의 공격 으로 온 몸 구석구석 그 치열한 사투의 흔적이 남아 있어 보기에도 흉측한 상태였다. 


그래서 내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깨끗하고 편안한 곳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거 왠걸. 편하게 묵을 숙소들을 찾아 골목골목 돌아다니는데 다 한결같이 깨끗하고 포근하다. 아마 현지인들이 직접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사람냄새가 곳곳에 묻어있으니 말이다. 온 동네 대문은 다 두들기며 발품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드디어 나타났다. 

오! 히말라야가 보인다! ⓒ인도아샤

  2층 방문을 열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전면 유리창. 바깥으로는 눈 덮인 히말라야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작은 방에 침대 하나만 덜렁 있을 뿐이지만 어느 세상에 히말라야 전망이 보이는 방을 100루피(1700원)에 묵을 수 있단 말인가? 난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 똘똘하게 생긴 남자애는 흔쾌히 100루피를 불렀다. 마지막 방이라 했다. (손님 방이 2개 있는 집이다.). 홈스테이니 아침도 제공해준다 했다. 이게 왠 횡재 다냐. 전망은 100만원 짜리 인데 이렇게 싸게 묵을 수 있다니..
그 자리에서 2주 동안 머물기로 계약을 했다. 이로서 나의 순탄한 히말라야 생활이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히말라야와 함께 눈을 뜨고 
별들이 쏟아지는 하늘을 덮고 자는 
그런 생활 말이다.
레 시내에서 한 눈에 보이는 설산 봉우리들 ⓒ인도아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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