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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샤 Jan 11. 2019

마법의 인사말 '줄레'

한 번 써보면 그 위력을 알게 될테지!

미국은 Hi, 스페인은 Hola, 중국은 Ni hao

그럼 인도의 인사말은 어떨까? 


  아마 나마스떼 Namaste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건 사실 반만 맞는 답이다. 
공식 언어만 22개 비공식 언어만 3,372개의 다양성을 자랑하는 인도에선 각 지역 별 종교 별  쓰이는 언어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한글 알파벳은 같지만 언어의 지역차(사투리)가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읽고 쓰기가 확연히 다른 언어들이 많다. 

라다크에서는 줄레(Julley) 만나는 이에게 인사를 해봐요 ⓒ인도 아샤
འཇུ་ལེགས་ Julley
  이 곳 내가 살고 있는 라다크의 인사말은 바로 줄레(Jullay) 다.
  난 제일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바로 한국 단어를 떠올렸다. 
그거 줄래? 갔다 줄래? 누군가에게 달라고 하거나 요구할 때 쓰는 느낌이라 할까? 
그런데 여기 있어보니 요구보단 그냥 퍼주겠다는 의미의 “다 줄래” 가 더 적합해 보인다.

  라다크의 일상 중 제일 많이 말하고 듣고 쓰는 이 인사말은 그냥 인사말이 아니다. 마법의 단어임이 틀림없다. 언어는 타인과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데 이건 허물어도 너무 허문다. 

Tv 개그 코너를 보는 것도 만화책을 읽는 것도, 농담을 하는 것도 아닌데 줄레라고 말하는 순간 양 입 꼬리가 올라가고 눈이 하회탈 모양으로 웃게 된다. 길거리에 마주치는 사람에게도 줄레, 슈퍼 주인에게도 줄레, 야채시장에서도 줄레, 지나다니는 동네 떠돌이 당나귀들에게도 줄레. 온 동네 사람들이 줄레라고 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짓는다. 


어렸을 때부터 인사 잘한다고 칭찬을 들었던 나지만 여긴 해도 해도 인사들을 너무 잘한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쓰이는 인사가 바로 줄레다.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심지어 고맙다고 말할 때도 줄레다.


  한 단어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는 써본 사람만이 안다. 줄레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이가 내 편이 된다. 
길을 잃었을 때, 약국을 찾고 있을 때, 급히 전화를 써야 할 때,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고 싶을 때 어떤 상황에서든 줄레 한 마디면 만사 오케이다. 다들 웃으면서 다가와 자기 일인 듯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나도 이 마법의 단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 집 건너 친인척 혈연관계로 맺어진 동네를 거닐면서 줄레 라고 인사를 건네면 다들 줄레 라고 화답하며 한마디를 더 한다. 
  “줄레, 아샤레 우리 집에 와서 차를 마시고 가요.”
  “줄레, 아샤레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어요.”
  한국에서는 커피숍에 가서 차를 마시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겠지만 
이곳에선 음료 1잔도 10잔도, 뜨끈뜨끈하고 맛있는 집 밥도 줄레 한 마디면 해결된다. 


줄레 ~~~!! 환하게 웃으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인도아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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