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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소공 Aug 06. 2024

에필로그

<딸에게 쓰는 편지>를 마치며

엉겁결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딸에게 쓰는 편지>를 올리기 시작한 게 지난 5월 6일부터였습니다. 3개월 동안 주 2회씩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도 사실 브런치에 주력하지는 못했습니다. 두 번 정도는 약속된 날짜에 글을 못 올리기도 했네요. 


브런치에 올린 글조차도, 이미 블로그에 올린 글을 긁어다가 브런치에 덧붙이는 방식이었지요. 날짜와 일부 상황만 바꾸면서요. 그러다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기쁨이나 설렘 같은 것은 없었고, 늘 브런치가 낯설게만 여겨졌습니다. 


브런치가 낯선 배경에는, 글을 올리는 방식이나 편집 방식이 익숙지 않아 많이 헤맸다는 점도 있습니다. 지금 글도 글씨체와 크기를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네요. 


처음에는 '브런치 북'이라는 게 따로 있는지 몰라서, 이미 어딘가(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글을 다시 브런치 북에 올리느라 기존 글을 삭제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두 번째 글을 분명히 올렸는데, '브런치 북'이 아닌 다른 곳에 올려서 하루에 글을 2개씩 올린 해프닝도 있었고요.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도 브런치 북을 계속 끌어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딸에게 해야 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브런치 북의 최대 연재 회수가 30회까지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저에게 브런치 작가가 되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었던 '천상작가 해원'님을 통해서죠. 해원님은 <미국 주재원의 비극>을 쓰신 인기 브런치 작가이십니다. 


갑자기 30회가 되기 전에 끝맺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언젠가부터 제가 딸에게 해주는 말들이 '공허한 메아리'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해주는 조언들이 아무리 좋아도, 아이는 어떤 식으로든 경험을 통해 부딪치고 깨지면서 깨달을 수밖에 없다는 현타 같은 게 오더군요. 


한마디로 제가 하는 말들은 전부 '꼰대의 잔소리' 같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주 최근 들어,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보게 됐는데, 참 좋더군요.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이 많았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동안 브런치가 주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 브런치가 낯설다는 이유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별로 읽지도 않았거든요. 글만 한편 달랑 올려놓고, 다음 글 올릴 때까지 브런치에 한 번도 들어와 보지 않았던 적도 많았습니다. 


딸아이 못지않게 굼뜬 저는 이번에도 '뒤늦게'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접하면서 많이 자극받고 또 반성하게 되네요. 


"아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왜 이리 많아!"가 첫 번째 소감! 그다음 수순은 자연스럽게 "나는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는 현실 자각! 


그래서 이 재미없는 글을 얼른 끝내고 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딸에게 쓰는 편지글을 지난주에 끝냈습니다.  


그럼 다음 글이 문제겠습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을 쓰고 싶어 할 테니까요. 저는 <딸에게 쓴 편지>도 처음 시작할 때 꽤나 감동적일 줄 알았어요. 누가 이렇게 재미없이 꼰대의 잔소리 같을 줄 알았나요? ^^



그러니 제가 아무리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을 쓰고 싶다한들, 그게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다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음 글을 준비해 볼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너무 일이 많고 급하면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공동화(空洞化) 증상이 생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미리 몇 편을 써서 쟁여두고 시작하려고요. 


아마 9월부터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독일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그게 에세이 형식이 될지 소설이 될지 아직 그걸 정하지 못했네요. 일단 뭐가 되든 해보겠습니다. 


제가 게으르게 방문하고 댓글도 제대로 달지 않았는데도 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좀 더 진정성 있게 열심히 쓰는 브런치 작가로 돌아오겠습니다. 


무더위에 건강조심하세요! 


나소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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