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실연의 역사> 중에서
사랑이 흔한 맹세처럼 영원할 수 없다면 실연은 필연적이다. 동시에 사랑에 빠지는 축복을 누구나 누릴 수 없는 것처럼 동시에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인생이 어쩌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누구든 목숨을 걸듯 사랑할 수 있고, 누구든 원하지 않는데도 헤어질 수 있으며, 누구든 살면서 한두 번쯤 진짜 죽고 싶었을 것이며,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포기해버리거나 미련 없이 돌아서고, 곧 잊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는 일이 있고, 그렇게 되질 않는 사람이 있다. 완전히 잊는다고 할 때 그 완전함이란 영원한 불가능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원히 불가능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소설집 <실연의 역사>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