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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Aug 09. 2020

또 한명의 스파이

장편소설 <고요한 밤의 눈> 중에서

© 박주영



그가 복귀했다는 보고서가 도착했다.


이제 그는 자신이 스파이였다고 믿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그런 삶을 살아왔고 그 삶이 자신에게 주어진 전부라는 것을 믿으면 이 삶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진다. 누군가 시키는 대로 왜 라는 질문 없이도 살아가게 된다. 원래부터 사람은, 혹은 세상은 그렇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그렇게 믿는 한 그것만이 진실이다. 예외는 존재하지 않고, 변화는 있을 수 없고, 세상은 늘 그렇다. 강자는 강자로 태어나고, 약자는 약자로 살아갈 뿐이다.


이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현실은 주관적이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면 만들 수도 있다. 우리의 목표는 그들이 그들의 세상을 꿈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임무수행이다.


이렇게 또 한명의 스파이가 탄생한다.




장편소설 <고요한 밤의 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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