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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Oct 11. 2021

10월의 여름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간이 한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요 며칠은 아침 일찍 일어난 것 같고, '같고'라고 쓴 것은 그 시각이 의미를 가질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을 쓰지 않고 있고 쓸 계획도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일 때의 나는 한없이 무의미하다. 


무슨 글이든 쓰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이 잘되지 않은지는 너무 오래되었고...


3월에 썼고 5월인가 온라인에 발표되고 9월에 앤솔러지로 묶인 책의 프로모션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서 나는 단편 하나 겨우 썼을 뿐인데도 뭔가 큰일을 한 듯 뿌듯한 착각에 빠진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참여한 작가들이랑 더 교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어제 오래간만에 친구랑 오래 통화했고, 그 친구가 새로 작품을 낼 생각을 했다는 게 기특했다. 영원히 안 쓰고 살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결국은 돌아와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생활적으로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좋았다. 


오후에는 바닷가를 산책했다. 


날씨는 아직 여름이었고 백사장은 길고 게들이 꼬물꼬물 기어 다녔다. 어릴 적 이 바다에 왔던 기억들이 선명했다. 여름방학이면 주말마다 부산에 있는 해수욕장을 다녔다. 송도, 광안리, 해운대, 송정, 다대포... 한주에 하나씩 섭렵하고 나면 여름방학이 다 지나가곤 했다. 


여름의 끝자락을 팥빙수로 마무리하고 저녁에는 짐 정리를 조금 하고 맥주를 마셨다. 여름이 지나고 가면 맥주 생각이 잘 나지 않을 것이다. 땀이 나는 날씨를 느끼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혼자 멍하니 있거나 수다를 떠는 것, 여름의 여유를 느낄 날이 진짜 며칠 남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내일부터 갑자기 가을일 지도. 


사실은 좀 걱정이 될 정도로 더운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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