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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Nov 03. 2023

[조광조] 조광조는 왜 몰락하고 말았을까?




중종의 절대적인 신임을 한몸에 받으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조광조의 몰락이 시작된 계기는 '소격서 혁파 논쟁'이었다. 도교식 제천의식을 관장하는 관청이었던 소격서는 정치경제적으로 딱히 중요한 역할도, 기능을 하는 곳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정통 성리학으로 도학정치를 추구했던 조광조의 눈에 이단인 도교의 잔재가 왕실에 남아있다는건 용납되기 어려웠다. 반대로 왕의 입장에서는 선왕들도 건드리지 않았던 전통을 굳이 자기 손으로 없애는게 마뜩지 않은 일이었을뿐 아니라 왕의 권위가 하늘에서 온것이라는 상징적 장소를 굳이 없애고 싶지 않았다. 


조광조는 소격서 혁파를 강하게 주장했고, 중종은 윤허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맞섰다. 다만, 조광조와 중종 모두 동의하는 지점이 있었다. 소격서는 그리 중요한 관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조광조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관청이니 이런 작은 일도 못하면 어떻게 훨씬 어려운 개혁을 하겠냐고 압박했고, 중종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관청에 왜그리 목숨 걸듯 달려들어 없애려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급기야 조광조는 자신을 따르는 사림세력을 이끌고 중종을 겁박하듯 집단행동을 하는데 이르니 결국 중종도 소격서 혁파를 윤허하지만, 이때 조광조에 대한 중종의 신뢰는 결정적으로 금이 간다. 얼마후 위훈삭제 파동을 거치며 결국 기묘사화로 조광조가 중종에 의해 죽음에 이른 것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1+2=3

2+1=3


3이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1을 먼저 놓고 2를 더하든, 2를 먼저 놓고 1을 더하든 3이라는 결과값은 같다. 과정이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말에 매우 동의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정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을때 해당되는 말이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데도 그 과정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큰 패착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전투에서 많이 이겨도 정작 전쟁에서 진다면 그 전투의 승리마저 의미를 잃는다. 소격서 혁파 논쟁이 그랬다. 조광조는 소격서 혁파라는 전투에서 마침내 승리했지만, 중종의 신뢰라는 개혁 동력을 상실함으로써 '지속적인 정치개혁'이라는 전쟁에서는 지고 말았다.


머리로는 3이라는 숫자를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1을 먼저 놓는 과정에만 집착하고 있다면 이유는 주로 두가지다. 그것도 너무 중요해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 강하게 믿고 있거나,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어디 두고 보자라는 식으로 자존심 싸움으로 치닫거나. 조광조는 아마 이 두가지에 모두 해당되었던게 아닌가 싶다. 나는 이것이 30대 젊은 혈기에 들끓던 조광조의 실수였다 보고,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조광조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어보자.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런 실수를 하지는 않는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소격서 혁파에 집착하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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