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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선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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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Nov 14. 2023

[선조] '천명'이라 쓰고, '변명'이라 읽는다.




일본군의 침략으로 촉발된 임진왜란은 이순신의 활약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조선과 일본의 팽팽한 대립이 일거에 무너지고 조선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한 것은 칠천량전투에서 당한 처참한 패배 때문이었다. 


거북선을 비롯해 대부분의 전선을 잃었고, 이억기 등 뛰어난 장수들, 그리고 수많은 수군이 이 전투에서 전사했다. 조선 수군은 회복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치명타를 입었고, 제해권이 일본에 완전히 넘어가면서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칠천량전투의 1차적인 패배 책임은 총지휘관이었던 원균에게 있었겠지만, 이순신을 백의종군시키고 그 자리에 원균을 앉힌 것은 선조였다. 출정을 머뭇거리던 원균을 강하게 압박하며 무리한 전투를 하도록 만든 것도 선조였다. 그는 칠천량전투 패배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 처참한 패배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선조는 탄식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일은 어찌 사람의 지혜만 잘못이겠는가. 천명(하늘이 정한 운명)이니 어찌하겠는가."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현명한 사람은 먼저 자신 탓을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돌아보고 철저히 반성한 다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그리고 나서야 또 다른 원인은 없었는지 살펴본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어리석은 사람은 먼저 남 탓을 한다.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었음을 혼자 결론짓고 안도한다. 그렇게 남 탓할 사람마저 없다면 자신의 운명을 탓한다. 어차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며 끝까지 자신의 책임은 외면한다.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생의 교훈으로 삼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계속해서 당당한 삶을 살아가며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회피한다. 그리고 남 탓을 하고, 더 나아가 운명 탓을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자기 자존심을 채워줄 자양분으로 삼는다. 자기만의 콤플렉스에 갇혀 성장이 멈춘 삶을 살아간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다. 그 때 나는 누구의 탓을 가장 먼저 할 것인가? 그 선택에 따라 나는 성장할 수도,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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