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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선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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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Dec 01. 2023

[조광조] 잘 나간다 싶을 때 주의해야 할 것



중종의 왕비 장경왕후 윤씨가 아들을 낳고 산후통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때 중종이 창덕궁에 있는지, 창경궁에 있는지 신하들도 정확히 모르는 일이 발생한다. 어쩌면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에 신하들을 잠시 떼어놓고 싶은 중종의 심정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경연때 대사헌 최숙생이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선다. 중종이 불편한 표정을 짓자 조광조가 옆에서 거든다.


“신하는 하루라도 임금이 있는 곳을 몰라서는 안됩니다.”


그러자 중종도 낯빛을 고치며, 그 말이 옳다고 말해준다. 문제는 조광조가 다시 했던 말이었다.


“최숙생의 언사가 강개하고 절직하니, 제가 애지중지하여 그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조광조는 정4품 시강관 벼슬이었고, 최숙생은 그보다 높은 종2품 대사헌이었다. 더구나 애지중지한다거나 등을 쓰다듬어준다는건 아버지가 자식에게, 임금이 신하에게나 할법한 표현이었다. 만약 오늘날 4급 서기관이 2급 국장급 상사에게 "제가 국장님을 애지중지합니다."라면서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모두가 임금의 눈치를 보고 있을때 신하로서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했던 최숙생을 조광조는 진심으로 격려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임금이나 할법한 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했다. 임금의 온전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확신, 더나아가 자만심이 없다면 나오지 못할 행동이었다. 그것을 지켜본 최숙생과 신하들, 그리고 중종의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 그것은 분명히 선을 넘었다.


임금을 향한 조광조의 충성과 나라를 개혁하고자 했던 열정은 의심하지 않는다. 중종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자기확신에서 비롯된 선넘은 언행은 조광조를 서서히 몰락의 길로 이끌었다.


잘 나간다 생각할때,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할 때 더 나 자신을 경계하고 언행을 삼가야 한다. 커다란 건물을 지어올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무너져내리는데는 다이나마이트 폭발 버튼을 누르는 단 1초의 시간이면 족하다.


#조선어록 #한국사 #조선사 #역사 #신동욱작가 #조광조 #선넘지말자 #말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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