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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Sep 29. 2024

2-15. 인간(人間)적인 마음

한자, <마음>에 대하여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이던 나는 자습시간에 떠드는 반친구들 이름을 칠판에 적던 기억이 난다. 그때 장난기가 발동해서 '떠든 인간'이라고 적었는데, 나중에 그걸 본 선생님이 어이없으셔서 이름 다 지우고 내 이름을 적으라며 혼내시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기억 속에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초등학교 시절 편린 중 하나다.


누군가를 질책할 때 '어이구 이 인간아~'라는 말도 하는 걸 보면, '인간'이라는 단어가 상대를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로 쓰일 때도 있다. 내가 칠판에 '떠든 인간'이라 쓴 걸 보고 선생님이 화내셨던 것도 아마 그런 뉘앙스로 읽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때는 장난스럽게 쓴 것이긴 했지만, 난 '인간(人間)', 그리고 '인간적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단어 뜻을 자세히 알고 보면, 그윽한 따뜻함이 느껴져서다.


'人'(사람 인)은 사람이 두 팔을 내리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해석도 있는데, 난 두 번째 해석이 좀 더 마음에 든다. '間'(사이 간)은 '門'(문 문) 안에 '日'(해 일)이 들어간 모습이다. 그런데 이 한자의 원래 모습은 門 사이에 日이 아니라 '月'(달 월)이 들어간 모습이었다고 한다. 어두운 밤 창문 사이로 은은히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그래서 '틈', '사이'라는 뜻이 생겼다.


두 팔을 내리고 서서 바쁘게 자기 삶을 살아가다가도, 때로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서로에게 기대어 서는 존재가 인간이다. 칠흑같이 어둡던 날 밤, 그 어둠을 뚫고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나를 은은히 비춰주는 달빛 같은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홀로 살아가지만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다. 내 인생은 결국 내가 사는 것이지만 등을 맞대줄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고, 때로 어둡고 두려운 밤이 나를 엄습해 올지라도 은은한 달빛처럼 나를 어루만져 주는 이가 있기에 용기 내어 두려움을 떨쳐내 볼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나에게 당신이 있어서, 우리라고 불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서로가 사람들(人) 사이에(間) 스며든 人間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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