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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Apr 01. 2020

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연구를 한다는 것

듣는연구소 읽는 보고서 - 청년수당 참여자를 지원하는 사람의 일 #1

자치구단위 청년지원사업모델 사업운영자 직무 및 역량 도출 연구

PAR (Paticipatory Action Research)라고 들어보셨나요? CBPR (Community Based Paticipatory Research)는요? 혹은 한글로 '참여행동연구'나 '지역사회기반참여연구'는요? 이런 연구방법들은 듣는연구소가 한창 꽂혀있는 주제입니다. 연구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 개인 혹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Community)의 참여를 연구의 중요한 목표로 삼는 연구 방법들입니다. 각각의 연구 방법이 가진 강조점들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래와 같은 유사점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1) 연구자 중심으로 조사-해석-결론이 내려졌던 기존의 연구 방법론의 대안으로써 관심받고 있는 점 

2) 연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가진 경험, 문제의식, 지식을 연구자의 그것과 같거나 비슷한 비중으로 인정하면서 이들이 연구에 연구진으로 참여하게 한 다는 점 

3) 연구의 결론만큼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효과들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 


(관련한 설명은 '커뮤니티기반 참여연구' 글이나 곧 공개 될 연구스터디 글을 참고해주세요)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참여적 연구과정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아직 일반화된 방법론이 아니고(특히 국내에서), 실제 실행 과정에서는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하기 때문에 이론만큼 실천의 사례가 따라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사례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작년 듣는연구소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자치구단위 청년지원사업모델 사업운영자 직무 및 역량 도출 연구'라는 긴 이름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저희는 조금 말랑하게 '청년수당 참여자를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사람의 일'에 대한 연구로 부르고 있습니다. 연구에 대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연구 개요  

연구 제목 : 자치구단위 청년지원사업모델사업 운영자 직무 및 역량 도출 연구

발주기관 :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연구기간 : 2019.07 – 2020.01

연구자 : 우성희, 송하진, 백희원


연구 내용  

본 연구가 대상으로 하는 ‘자치구단위 청년지원사업모델사업’은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현장에 밀착하여 이들의 삶의 필요를 살피고, 관련한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사업입니다. 


이때 현장에는 이 사업을 운영하는 실무 인력으로 ‘동네매니저’들이 근무하게 됩니다. 본 연구는 먼저 유사한 직무수행의 사례가 없는 ‘새로운 일자리’로서 동네매니저가 해왔던 직무의 범위와 역할을 밝히고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정리합니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일자리로서 동네매니저와 같은 청년 지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역량 구조화 및 교육 방향성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각 권역별 동네매니저들을 인터뷰, 현장 관찰하면서 동네매니저라는 일의 특성과 내용에 대해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에 참여하기 원하는 동네매니저들을 모아 ‘협력연구자’그룹을 형성하여 연구의 대상이자 당사자 그리고 유일한 전문가로서 연구 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듣는연구소는 이 연구를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연구과정으로 설계했습니다. 그 당사자들은 바로 '동네매니저'들입니다. 이들은 19년 기준 5,000여 명에 달하는 청년수당 참여자들에게 청년수당에 관한 각종 문의는 물론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당 참여자들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서울의 자치구를 2-3개씩 묶은 단위의 8개 권역에 20여 명의 동네매니저가 존재했는데 그 중 7명의 동네매니저가 협력연구자(co-researcher)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협력연구를 준비하며 부딪힌 질문들 


그럼 듣는연구소가 동네매니저들과 함께한 이 연구는 PAR 인가? CBPR인가? 기존의 연구 방법론들과는 뭐가 다른가? 사실 저희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뭐라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솔직히 잘 모르니까.. 그게 뭐 중요한가라는 생각도 했고요 나름의 결론은 글 마지막에..). 많은 문헌들과 자료들에 글로 적힌 내용을 보았을 뿐 실천해 보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듣는연구소가  진행한 연구에서 연구 이해관계자와 대상의 참여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적용해보긴 했지만 실제 이들이 연구의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가 참여하는 형태의 연구를 진행하자!라고 결정한 이후 각종 문제와 질문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로 심층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과 연구 참여자로 심층 인터뷰를 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 것인지? 
연구자와 참여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연구에 대한 지식, 방법론에 대한 경험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연구의 자료는 모든 것에 대해 공유하는 것인지, 공유할 수 있는 범위를 따로 정해야 할지, 정하는 방법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지? 
자신이 하는 일도 있는데 거기에 더해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베네핏은 무엇일지?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지 혹은 비 금전적인 것으로도 참여의 동기 요인이 되는지? 
연구에 당사자가 참여해 들려주는 민감한 이야기들은 어디까지 공개될 수 있는 것인지? 당사자들이 이 내용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그 시점은 언제쯤이어야 하는지? 


등등..  사실상 연구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 비슷한 것을 한 것 같고, 어떤 것은 나중에 생각해 보니 중요했는데 간과했던 것도 있습니다. 



협력연구의 설계와 진행


1. 자발적 참여자로 '협력연구진' 모집


저희는 처음에 20여 명의 동네매니저 전원이 협력적 연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 연구들의 범위가 이 연구보다 훨씬 컸기 때문인지 몰라도 (서울시의 마을활동가를 대상으로 한다거나, 몇 백개의 청년 커뮤니티가 대상인 연구들에 비하면...) 연구대상이 스무명 정도면 모두가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협력해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초 '전원 참여'였던 초기의 기획을 '자발적 참여자'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8개 권역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초기의 심층 인터뷰 후 동네매니저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서였습니다.


연구 시작할 때에는 '동네매니저'라는 대상이 단일한 집단으로 보였지만,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개개인의 맥락이 보이고, 각 권역의 상황 차이, 동시에 이들이 연구에 대해 가지는 관심이나 연구에 들일 수 있는 에너지의 차이 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과 관심의 차이를 넘어 밀도 있는 '협력연구자'활동이 진행되려면 당사자의 자발적인 의지와 동기의 확인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전체 동네매니저들에게 참여의 의사를 묻는 모집 공고의 메일을 띄웠습니다. 메일에는 '협력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의 일정은 어떠한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무엇은 하지 않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었고, 더 많은 참여의 가능성과 기회들은 열어두는 방식으로 참여범위를 제안했습니다. 


협력연구 제안서 중


2.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감적 공간 형성


이 과정을 통해 자발적 참여자 7명이 연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협력연구의 첫 시작은 연구자로 참여하는 각자가 연구를 통해 얻고 싶은 것들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협력연구자들은 단순히 인터뷰의 대상이나,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끄집어내어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은 연구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이기에 연구에 관한 개인 동기를 가지고 있었고, 이 연구에 참여하고 연구가 끝났을 때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가를 인식하고 참여했습니다. 연구진들도 이 점을 중심에 두고 협력연구 그룹을 운영했습니다. 


첫 시간에 한 참여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언제 연구를 해보고, 연구를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너무 오고 싶었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명료해졌으면 좋겠고. 2019년이 그냥 서울시 계약직, 용역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고 나면 이때 무슨 일을 했구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어요.


PAR(참여행동연구)의 사례를 다룬 한 연구를 보면 참여연구는 '(연구자와 당사자가 함께) 자신의 경험을 처리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Staci, Jessica, Lulis, Irisa, 2019).  협력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수용하고 해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동시에 연구 결과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물리적, 정서적인 부분을 모두 고려한)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협력연구의 참여시간이 업무 시간에 반영되었습니다. 동네매니저들이 연구진이 제안하는 참여 일정에 (한 달에 1회 약 4시간 정도의 정기 모임과 원하는 이가 참여하는 비 정기적 회의) 나올 수 있도록 사전에 청년활동지원센터와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모임은 1) 일과시간 내에 진행되며 2) 참여시간이 업무시간으로 인정되도록 조율하였습니다. 


협력연구의 운영 예산이 연구 예산에 반영되었습니다. 이들이 청년활동지원센터 소속이기 때문에 별도의 금전적 참여 수당 지급이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이런 비용을 간식, 식비, 공간 대여 등 편안한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지출에 추가했습니다. 여타 다른 연구의 워크숍 운영과 비교해서 더 많은 예산을 배정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참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모임 공간은 업무공간에서 벗어난 임대공간을 활용했습니다.  서울 전역에 퍼져서 일하는 동네 매니저들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서울의 중심 권역 (을지로, 종로)에서 진행했습니다. 우리들만이 쓸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여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함께 지켜야 할 내용에 대한 그라운드 룰도 아래와 같이 만들었습니다. 

1) 연구에서 얻은 정보를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지 않기
2) 나와 다른 경험에 대해서 틀렸다고 표현하지 않기 : 각자 가진 경험은 고유한 것이기에 맞고 틀림의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왜 같고 다른지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3) 연구 자료가 수록되는 것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기 : 일부 협력연구자들은 이전에 연구 인터뷰어 등으로 참여했을 때 익명 처리가 되었지만 관계된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인 것을 알 수 있는 말들이 실려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 검토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4)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는 없음을 이해하기 : 이해관계자들이 서로가 연관된 이야기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인터뷰 대상자가 안전감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협력연구자에 내용을 공유해도 될지를 확인한 후에 공유가 가능함을 밝혔습니다. 


3. 협력연구자들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설계


액션리서치 사이클 Le, Gillian & Huss, Reinhard & Mshelia, Comfort & Mirzoev, Tolib. (2015)

약 5개월 동안의 협력연구 운영 기간 동안 5회의 협력연구 모임이 운영되었습니다. 각 모임마다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밝힌 새로운 내용을 가져와서 협력연구자들과 확인하거나, 연구진이 확인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내용을 알기 위한 워크숍 등을 진행했습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이러한 과정은 액션 리서치 등에서 보이는 연구의 나선형 발전 구조를 닮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협력연구자들은 주로 연구자의 Reflect 단계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지만 함께 청년수당 대상자 심층인터뷰 참여자를 찾거나 인터뷰 질문을 만드는 등 Plan 단계나 심층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참여하고, 연구에서 활용할 개념에 대해 연구진과 토론하는 등 Act, Observe 단계에도 참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협력연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잘 꺼내어 각 단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표로 만들거나 그림으로 시각화하는 기법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이야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표나 그림에 직접 자신의 의견을 써넣는 등의 방식은 연구적 경험이 적은 협력연구자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직관적인 소통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4. 협력연구자들과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


연구 초기에 연구진들은 심층면담과 문헌연구를 통해 동네매니저의 직무를 정리하여 가져갔는데, 협력연구자인 동네매니저들이 그것을 보고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정리해 주기는 했지만, 왠지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라고 말해 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분명 그들의 말을 정리하고, 그들이 따르고 있는 업무 매뉴얼을 통해 도출한 내용인데도 '우리의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말이 연구가 보다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동네매니저는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기획에 의해 운영된 한시적 직무인데, 그들은 단지 주어진 일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현장의 상황과 필요를 반영하여 어느 정도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직무를 운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조사하고, 분석하고, 검토했던 협력연구 과정 덕분에 실제 현장에서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을 당사자인 청년이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일들을 해 왔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당사자가 사용한 언어와 개념을 좀 더 잘 반영하여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이들에게 어떤 기대와 역할을 부여했는지에 대해 정책입안자의 관점이나 언어로 표현되었을 것입니다. 기획된 틀 안에서 동네매니저라는 직무를 설명하던 언어들이 아니라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 당사자'라는 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말들로 결과물이 도출된 데에는 당사자가 참여한 협력연구의 과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것은 협력연구를 설계했던 듣는연구소 연구진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협력연구자들은 이렇게 연구의 방향성을 결정 지을 정도로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데,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일정으로 함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 1차 모임 (19.9.18) 협력연구자 활동 O.T / 동네매니저의 미션 정리

- 2차 모임 (19.10.16,17) 청년수당참여자 FGI 인터뷰 설계 / 참여

- 3차 모임 (19.10. 31) 청년수당 참여자 퍼소나 제작 / 가치사슬 분석 워크숍

- 4차 모임 (19.12.4) 연구 결과물 점검 / 직무 분류 워크숍

- 5차 모임 (20.1.9) 역량모델 검토, 교육 제언


협력연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동네매니저의 일을 다양한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동네매니저는 무슨 일을 하는가? 자체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들이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동네매니저의 일상적 일과와 현장에서의 상호작용 등을 파악하기 위해 동네매니저들이 작성할 수 있는 일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문헌과 인터뷰 등을 통해 동네매니저 일의 서비스 블루프린트를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동네매니저 작성 일지 양식과 완성된 서비스 블루프린트의 일부


연구 중반기를 넘어오면서는 동네매니저의 일을 설명할 수 있는 내외부적 관점들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동네매니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수당 참여자'의 관점에서 동네매니저의 일을 정의해보기도 하고, 이 정책이 설계된 중요한 가치들을 재정립하면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점에서 가치 사슬을 작성하고 검토해 보기도 했습니다. 

청년수당참여자는 동네매니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기 위한 퍼소나와 정책의 가치가 수요자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가치사슬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이해들을 바탕으로 동네매니저의 직무와 역량을 함께 도출하고, 검토하며 연구의 결론을 맺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협력연구자들이 연구의 과정을 통해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대면 지점, 실행 지점, 지원 지점 등에서 일어나는 일로 구분하여 업무의 흐름을 이해하기도 하고 (서비스블루프린트) 자신이 만나는 서비스 대상자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동네매니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함께 탐색해 보고 (심층 인터뷰, 퍼소나). 정책 설계 관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왜 생겼으며 시민 수요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파악한 상태(가치사슬 작성)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과정을 거친 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검토 과정은 분명 이러한 이해 없이 직무와 역량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연구 과정과는 질적으로 다른 결과, 차이를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협력연구가 참여자들에 미친 영향 그리고 한계와 관련한 이야기들


협력연구의 마지막 모임에서 협력연구를 진행한 모두와 함께 식사를 같이 하며 소회를 나누었습니다. 

                

일하는 동안 궁금했습니다. 참 다양한 업무를 하는데,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많이 배운 것 같긴 한데 어떤 성장을 했지? 애매하고 희미한 답이 조금 더 선 명해졌습니다. 보상받은 기분이네요! 앞으로 비슷한 업무를 하게 될 분에게 : 참여자뿐 아 니라 나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운 맘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주 홀가분해요. 매주 경청해 주시는 연구자님들의 눈빛이 반갑고 좋았어요. 이 직무가 후에 어디서 어떻게 연결될지가 아주 궁금해집니다.



감사하게도 참여한 모두가 긍정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해주어 끝까지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분명 이 과정이 협력연구자 개개인이 자신이 한 경험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참여연구 문헌은 연구에의 참여가 자기 존중감을 향상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참여성을 높인다고 말합니다. 


연구에 대한 질적 기여 역시 분명하게 나타나는 장점입니다. 다만 기여의 내용은 연구 목적에 따라 보다 세심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Staci 등(2019)의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가 '객관성과 결과를 일반화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 반면 참여적 행동연구는 여러 관점에서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해 특정 집단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 결과의 심도(depth)에 영향을 준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러한 효과까지 다 드러나기에는 제한적인 상황이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참여연구에는 협력연구자들의 연구적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이 진행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진행되어야 했기에 교육보다는 토론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연구자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법을 동원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참여적 연구 과정을 짧은 기간에도 진행할 수 있게 한 우회 전략이었습니다.



연구를 마무리하며 처음에 이 협력연구가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바꾸었으며 또 어떤 것은 바꿀 수 없었는지 다시 묻게 됩니다.


사회변화를 위한 연구 방법이었던 액션리서치, 사회변화를 위한 교육 방법론인 프레이리의 페다고지 등의 영향을 받은 참여연구의 방법들은 연구 참여자의 변화와 이를 통한 사회의 변화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기반 참여연구'가 가리키는 지역사회란 지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소수자나 문제 당사자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정체성 단위의 공동체'를 의미합니다(류영진, 김희재, 2018). '참여행동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참여행동연구는 반드시 사회변화를 위한 활동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 참여하는 당사자들은 스스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라는 과정에 연구자와 함께 참여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지식적으로 중요한 발견이 도출되는 것만이 아니라 이 연구에 참여한 공동체의 '자기결정권'이 증진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 과정을 진행하며, 결론을 도출해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지는 것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연구의 협력연구 과정이 과연 참여한 '동네매니저'들의 '자기결정권'을 증가시키거나 확장시켰는가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 차원에서 확장된 능력들은 있겠지만 이들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나 권력을 획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이 연구가 정책연구로서 공공기관에 의해 연구자에 의뢰되었고 그 목적이 문제의 직접적 해결보다는 지식생산과정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가며


앞으로도 듣는연구소는 참여적 연구 방법을 실제 연구에 적용하는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올해 진행 예정인 연구에서도 관련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참여적 연구 방법들이 가진 철학과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 '현장의 목소리가 우리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이라는 듣는연구소의 운영 목적과 부합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법론에 관심 가지는 공동체, 단체, 연구자 집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관련한 기회들을 가지고 듣는연구소의 문을 두드려 주셔도 좋겠습니다. 저희도 다양한 연구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가겠습니다. 



<자치구단위 청년지원사업모델 사업운영자 직무 및 역량 도출 연구> 보고서 다운 받기



참고문헌

1. Martin, S.B., Burbach J.H., Benitez L.L. and Ramiz I. (2019)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and co-researching as a tool for situating youth knowledge at the centre of research’. London Review of Education, 17 (3): 297–313. 


2. Le, Gillian & Huss, Reinhard & Mshelia, Comfort & Mirzoev, Tolib. (2015). How to use Action Research to Strengthen District Health Management: A Handbook. 


3. 류영진, 김희재 (2018). 지역사회 개선을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CBPR에 대한 메타적 고찰. 동북아문화연구 57, 9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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