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 Won Aug 30. 2021

가지치기

햇빛은 아직 한 여름이라 폼을 잡아도

아침에 느껴지는 한기는 가을이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또한

며칠 전 느꼈던 마음의 온도와는 조금 다르다


여름이라 갈증 날까  물을 많이 준 까닭인지

눈에 들어오는 몇몇 화분이 까칠하다

뿌리를 살펴보니 썩은 뿌리에서 냄새가 났다 

미안한 마음에 하나하나 씻겨주면서 때를 벗겼다


환경을 바꿔주기 위해 우선 물병으로 옮겼다

묵은 때를 씻어 가뿐한지 물속의 뿌리들이 더 하얗다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며 칠전 지인에게 받은 아픔이 조금 아물고 있는 걸 느꼈다


나 또한 얽히고설킨 썩은 감정을 정리해야 했다

죽은 가지에서 올라오는 부패된 냄새처럼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도 썩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건 비통하다


인간관계의 가지치기는 썩은 식물과 다르게 

쌍방의 감정이 있기에 더 어렵고 아프다

사람들의 오만함과 무지함을 다 받아들일 그릇이 안된다면

내 마음을 가지치기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의 거리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관계의 서먹함에 눌러앉아 있다면  내 마음도 썩을 것이다

마음의 온도가 높아져 삶이 풍요롭다면

관계의 가지치기는 언제나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