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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름달 Dec 23. 2019

SNS를 잠시 비활성화 했습니다.

SNS를 잠시 비활성화 했습니다.


  꽤나 긴 시간 나 스스로에게 던져 놓은 과제 하나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나 자신으로 사는 방법 찾기’였다. 행복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타입인 나는 매 순간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수 없이 고민하며 살았다. 사람마다의 행복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적당한 자기 과시와 행복한 척 중간선상에서 타인에게 적당히 포장되고 꾸며진 내 모습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타인과 나를 분리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비교하지 않고 나를 타인에 비교해서 지나치게 열등한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삶에 과도하게 집중하거나 그들의 삶을 지나치게 들여다보지 않아야했다.

  


  SNS상의 내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의 괴리감이 상당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진 한 장과 짧은 글 속에 보이는 모습은 백퍼센트 진실은 아니었다. 그도 문제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SNS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놈의 ‘인증샷’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지를 결정할 때는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곳을 선택하게 되고, 맛집의 기준도 예쁜 식당, 예쁜 음식으로 정해지곤 한다. 실제로 배가 터질 것처럼 식사를 한 뒤 예쁜 디저트 카페에 가서 사진 한 장만 심혈을 기울여 담아내고는 먹지도 않고 나온 적도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좋은 곳, 맛있는 곳은 이미 기준에서 멀어진지 오래이다.

  

  타인의 피드에서 멀미가 날 정도로 진저리가 났던 부분도 다양하다. 지나친 과시로 인해 누군가의 자존감을 훼손시키는 일. 한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다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 좋아요나 댓글을 통한 은근한 심리전. 때로는 친분과시로 이용을 당하는 일. 나의 SNS아이디가 타인에 의해 어찌나 수없이 해시태그를 당했던지. 가끔은 그 관계가 진실일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친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만났다. 즐거웠다.’의 식의 인증이 온 천하게 공개가 될 때도 있었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친한 사람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구분 짓지 못한 채 그 공간에 지나치게 내 삶을 오픈하고 있었지? 라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SNS에 대한 허망함을 느꼈다. 감정적인 마음에서는 당장 과감하게 SNS를 탈퇴하고 어플을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사진과 글도 아깝고 매정하지 못한 성격탓에 과감하게 탈퇴는 하지 못하고 비활성화를 시킨 뒤 어플을 삭제했다.

  어플을 삭제한 뒤 내가 SNS에 심하게 중독이 되어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곧 금단현상이 일어났다.

  

SNS금단현상

1일차: 휴대폰을 집는다.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SNS 어플이 깔려있던 곳으로 향한다. 마치 내 온 세포가 그 자리를 기억을 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아, 맞다. 지웠었지.’ 깨닫는다. 그리고 하루 온 종일 무한 반복을 한다.


2일차: 갑자기 주변 사람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순간적으로 신랑의 휴대폰으로 눈을 돌린다. 신랑 아이디로 볼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럴 거면 차라리 재설치를 하는 것이 낫지. 마음을 다시 굳게 잡는다.


3일차: 오늘은 하필 많이 보고 느낀 날. 사진이 올리고 싶고 느낀 점을 막 주저리주저리 쓰고 싶다. 내 생각이 꽤나 깊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관종 버릇이다. 느낀 점은 조용히 일기장과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현재 SNS를 비활성화 한지 약 3주차가 되었다. 이 쯤 되니까 습관적으로 들어갔던 어플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간혹 저격의 대상이었던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긴 하지만 하루 온종일 매여 있지는 않다. 행복한 척과 과시를 늘어놓을 공간이 사라지고 난 후 그렇게 좋아하던 사진 찍기에 대한 취미가 어째서인지 조금 사그라졌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꼭 가야하는 장소가 없어졌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식당을 가게 되었고 이제는 무리해서 디저트를 먹지 않아도 된다. 

  


  계속 연락을 유지하는 사이라면 굳이 SNS로 소식을 전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며 소통하면 되는 것이고 생각은 블로그에 저격은 일기장에 쓰면 된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에서 저자는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는 하루에 1시간 그게 힘들면 단 30분이라도 타인과 완전히 분리되면 독립이라고 본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독립된 사람들의 특징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실 혼자만의 시간을 꽤나 어려워한다. 몸만 혼자 있는 것이지 카톡으로 대화할 상대를 찾는다던지 SNS의 세계에 빠져 타인의 삶에 지나친 관심을 갖으며 부러워하거나 때로는 시기하고 더 과시할 만한 것, 더 행복해 보일만한 것, 있어 보일만 한 것들로 피드를 채워버리고 만다. 결국 타인의 영향 안으로 나를 내던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나 자체로 고유한 인간이다. 독립의 시간에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타인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취향,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들로 내 삶을 채워나가야 한다. SNS의 피드 속이 아닌 내 마음 속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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