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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Nov 22. 2022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

브런치가 준 선물, 알라딘 추천도서 등록

어느 시대에 살던, 어느 국가에 살던, 어느 직업을 가졌던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버킷 리스트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책을 쓰는 것일 겁니다. 


10년 전부터 블로그에 글을 썼고, 전문지에 칼럼을 게재하면서 여러 차례 전문서적을 낸 적이 있지만 내 생각, 내가 살아온 여정을 통해 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만의 글을 쓰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요즘 SNS에서 많이 보이는 출판컨설팅 설명회도 가보고 이래저래 출판에 대한 글을 뒤적일 때마다 결국 내용의 문제와 나에게 손을 내밀어줄 출판사를 찾는 것은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 여전히 남의 일처럼 느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여름 브런치 글을 봤다는 한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장문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는데, 솔직히 그래서 더 의심이 갔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워낙 보이스피싱부터 사기까지 많은 사건을 다뤄보고 들어 본지라 누가 내 글 따위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도 모라자 이렇게 구구절절 나를 만나고 싶다고 내 글을 보고 정말 출판을 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래서 바로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곳저곳 누구에게나 보내는 메일이라면 처음은 짜인 각본이니 장문이겠지만 두 번째는 대충 출판해준다고 혹시 광고비라도 달라는 본심을 드러낼 거야...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만나서 얘기하시죠."

 


이렇게 시작된 첫 만남에서 여전히 저는 출판사 대표님의 꿍꿍이속을 파헤쳐보리라, 분명 뭔가 나에게 빼먹을 것이 있어서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라는 의심만 가득한 눈으로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를 2시간 넘게 나누었습니다. 


진지하게 책에 대한 얘기와 저의 글을 읽고 느낀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서 제가 그토록 원했던 글의 주제와 다양한 소재까지 끄집어내셨고, 충분히 가능하니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자비 출판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너무 좋은 제안, 생각도 못한 것이어서 당황스러웠던 마음이었지만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이제 의자를 바짝 당겨 앉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제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 올린 글이 40여 개나 되고, 책에 대한 내용을 얘기해보니 얼추 비슷한 소재들이라 기존에 올린 글을 살짝 수정만 하면 책이 뚝딱 나올 거라고 아주 가볍고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여지없이 산산조각 난 저의 예상이었고, 책을 위해서 모든 글을 다시 써야 한다는 말에 잠시 잠깐 괜히 한다고 했나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서 이미 써놓은 것도 많은데 소재가 비슷하거나 거의 같은 것을 가지고 다시 쓰라니 정말 멘붕이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출판사 대표님은 그냥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25년 경력으로 초보 작가에게 바람을 불어넣어 일으키고 글을 쓰게 만드는 재주를 부리시니 신기하게 수십 개의 소제목에 따라 하나하나 차곡차곡 글들이 쌓여갔고, 모아서 검사 맡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숱한 법원 제출용 준비서면, 전문지에 게재한 칼럼, SNS에 올린 글들을 썼지만 검토받은 적도 평가받은 적도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써 내려갔었고, 나를 위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도움이 되고 공감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으니 글 쓰는 것이 일이 되었고, 일이 되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쏟아냈던 것은 글도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몇 차례의 수정과 목차, 표지 디자인까지 거쳐 2022년 11월 20일 드디어 저의 글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을 정하는 것부터 책 표지 디자인을 선정하는 것은 모두 전문가인 출판사에 맡겼습니다.


저의 글을 몇 차례 읽은 후 그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몇 가지 제목으로 사용되면 좋은 문구를 주셨는데, 딱 이거구나 하면서 눈에 들어온 제목이 바로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였습니다.


남보다 뒤떨어져 쫓아가기 급급하게 살다가 간신히 따라잡았으니 실제 점수로도 61점이 맞고, 올해 합격했던 보험설계사, 한식조리기능사, 공인중개사 1차 시험 모두 커트라인이 60점이라서 참 현실적인 제목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90점, 100점짜리 인생을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 학교 교과목처럼 모든 과목을 잘하는 사람은 현실에 없다는 점에서 볼 때 평균 60점이 그리 쉬운 점수도 아닙니다.



출간되자마자 주변 많은 분들이 축하도 해주시고, 구매도 해주시고, 서평도 써주시고 많은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평생 그토록 바랬던 저자가 되는 호사도 누렸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알라딘에서 MD가 주목한 책에 선정되고, 주목할만한 에세이 부분에도 올라서 주변 분들에게 연락을 받고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어디 자랑할 곳도 없어서 여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예인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횡설수설하면서 고마운 분 얘기를 하는 것이 이제 조금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결론은 앞으로 브런치를 더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칭찬받으니 더 쓰고 싶은 것도 많아졌습니다. 올해 가을 큰 딸과 둘이 2주간 민박에 자면서 저렴한 배낭여행을 경험한 이탈리아, 프랑스를 다니면서 느낀 생각과 여행을 통해 얻은 것도 올리고 싶고, 역시나 4남매 아빠라 이 땅에 미래가 없다는 우울함에 재작년 캐나다로 유학 보내려던 이야기도 교육과 연계해서 써보고도 싶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는 여정을 남기고 싶습니다.


 

역시 뭐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만 하고 실행이 없었다면 저에게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브런치를 보면서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 조회수가 많지 않더라도 한번 쓰고 싶은 글을 올려보자고 생각하면서 실천한 그 작은 시작이 책을 출간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내면서 지인분들께 문자, 카톡을 드리면서 구매를 권유했는데 오랫동안 저를 지켜보셨던 대학 산악부 선배의 형수님께서 오늘 블로그에 올린 서평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감동이었고, 13년 전의 제모습과 지금의 저를 비교하면서 좋은 말씀을 많이 써주셨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좌절을 경험하거나 자신에 대하여 부정적 관점을 가진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앞날이 긴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담담하게 써 내려갔지만 그래서 독자들이 자신의 경우에 가볍게 적용할 수 있고 작은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https://blog.naver.com/cemicem/222935393539



제 글을 읽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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