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에서 2주간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사 남매 키우는 아빠는 아이들의 미래가 가장 걱정되고 관심 많은 분야랍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방송대 유아교육과에 다니면서 정보도 듣고 배움을 이어갔고, 지금은 방송대 청소년교육과에 편입해서 계속 공부하고 있을 정도로 열혈 아빠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공부만 SKY만 보내겠다고 대치동 정보에만 귀를 쫑긋 대는 일타강사 바라기는 아니고요.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나와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안목과 담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이 진심입니다.
그래서 어려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예체능 활동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경험을 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아빠가 어려서 못해본 것, 아쉬웠던 것을 아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마음입니다. 어릴 때 저는 서예학원이랑 주산학원에 다녀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와이프는 이마저도 사치였던 형편이라 학원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하고요.
그래서 지금 4남매들은 줄넘기, 축구, 수영, 스키, 발레, 미술, 피아노, 바이올린, 심지어 가야금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체능은 한계가 있고, 역시 사람이 살아가고 성인이 되고 스스로 독립해서 살 수 있으려면 역시 생활력이 있어야 하니 결국 사회가 인정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학력 등으로 표현되겠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유치원부터 조기교육시작해서 고3까지 12년을 넘게 죽어라 공부해서 인서울 대학에 가면 다시 대학생활과 졸업 후까지 공무원 등 취업 시험을 위해서 4-5년을... 이렇게 20년 가까운 젊은 시기를 시험을 위한 공부에 올인해야 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고 결국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시험을 위한 시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니다 싶어서 해외로 눈을 돌려볼까 하고 탐색 중입니다.
한 번에 이민이나 유학을 가긴 너무 부담스럽고, 무모해서 일단 경험을 해보자는 의미로 가깝고, 영어생활권인 곳을 찾다가 사이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I love Saipan"
사이판에 가면 지겹도록 보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르더군요. 공항에서 내려 PIC(Pacific Island Club)에 가는 길도 시골길이었지만 차량을 렌트해서 시내를 오가면서 본 사이판은 심하게 말하면 전쟁 폐허처럼 곳곳이 허물어지거나 짓다만 건물들로 즐비한 쓸쓸한 동네였습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코로나로 인해 사이판을 주름잡던 중국, 일본, 한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사이판 경제가 폭삭 내려앉으면서 각종 관련 산업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아이 4명과 부부 해서 6명이 2월 봄방학을 이용해서 사이판에 머물면서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보낼 수 있는 패키지를 선택해서 15일간의 값진 경험을 마쳤습니다. 일단 아이들은 2주간 현지학교에 8시까지 등교해서 12시까지 4시간 동안 수업을 들었습니다.
각각 한국에서처럼 학년별로 반에 배정되었고, 막내는 유치원이 함께 있는 학교라 같이 등교했습니다.
일단 등교시간이 미국령 사이판이라 그런지 8시까지라 한국보다 1시간이나 빠르다 보니 아이들을 6시 30분에 깨워서 7시부터 아침먹이고 7시 30분 셔틀버스 태워보네야 하는 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다 보니 아침에 정말 짜증을 짜증을 어찌나 내던지 겨우 이 닦고 세수하고 옷을 입혀서 식당으로 가면 다시 먹는 것으로 싸우고 2주간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일단 차에 타면 잠도 깨고 다들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모습 보니 뿌듯하면서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체면에 걸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금방 12시가 됩니다. 사이판 현지 학교는 등교와 하교 시 반드시 성인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해서 아침에는 현지 프로그램 매니저가 아이들과 동승해서 데려다주고, 12시 하교 때는 부모가 항상 가야만 담임이 아이들을 인계해 준다고 합니다. 다만 이것도 1, 2학년이나 유치원생 얘기고 큰 애는 그냥 수업이 끝나면 혼자 걸어 나오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가장 걱정했던 건 한국에서 영어를 엄청 시키고, 영어유치원도 다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과연 수업에 따라갈 수 있을까? 아니 솔직히 수업 듣다가 안 하겠다고 뛰쳐나오면 어쩌나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는데 모두 기우였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하고, 수업도 잘 참여하고 적극적이어서 이런 면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좀 더 학교와 숙소, 생활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학교
일단 단기 연수처럼 갈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너무 늦게 결정을 해서 가라판 시내 가기 전에 위치한 유콘(Eukon)이라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인교회에서 운영하는 곳 같았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나 대학교까지 한꺼번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예배시간도 있다 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중국인들도 많이 있고, 심지어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도 많이 들렸습니다. 선생님이나 직원들도 중국인이 많고요.
저희야 단기로 간 거라 그런대로 만족하며 다녔지만 장기로 오실 분들이 다닐 학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인들도 많이 있지만 역시나 사이판에 사는 중국아이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선생님들은 대체로 친절했지만 아마도 한국단기학생들이 비용을 지불하니 서비스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교복을 구매해야 하고 급식도 아주 허름한 곳에서 조리된 음식이 제공되어 조금 께름칙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하루 4시간 정도라 아이들은 나름 수업에 만족하면서 저학년은 파닉스, 고학년은 각종 과목을 배우면서 자신들의 영어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시험도 보고 나름 할 것은 다 했는데 다만 2주간이라 교과서도 제대로 구입하기 곤란하고 오후에는 PIC 수영장에서 놀고 식사하러 돌아다니다 보니 예습이나 복습 시간이 없어서 사실상 공부라기보다 경험이 주목적인 것이 맞습니다.
가보니 유콘에만도 10명 넘는 한국 아이들이 다니고 있었고, 짧게는 2주부터 한 달, 1년까지 다양한 기간으로 선택해서 온 학생들이 있었으며, 학년도 1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만 중학생은 안 보였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초등 저학년이었다는 것을 보면 역시 고학년은 늦었구나 싶었습니다.
2. 숙소
저희는 워낙 단기고, 아이들에게 경험도 중요하지만 엄마도 그동안 한국서 애들 밥 먹이고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식사준비 안 하고 아이들 학교같동안 잠시라도 쉬라는 차원에서 PIC를 선택했습니다. 일단 하루 두 끼가 포함된 패키지였고, 호텔처럼 2일에 한번 청소가 제공되니 편안한 생활이었습니다. 다만 PIC는 좀 건물과 시설이 매우 낡아서 솔직히 숙박시설로는 정말 비추였고 다시는 머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숙박시설은 손을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뷔페식 식당 마젤란, 주로 스테이크가 제공되는 시사이드그릴, 불꽃철판요리 전문 식당 이슬라, 점심때 주로 이용하는 갤리는 그런대로 먹을만하지만 솔직히 2번의 식사가 의무라 이용했지 외부 도시락이나 다른 숙소 식당이 훨씬 나았습니다. 전부 한두 번은 먹을만하지만 2주간 먹으려니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PIC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길어야 일주일이고 3-4일이라 버틸만하지만 1주일 이상 같은 곳에서 비교적 저품질의 식사로 세끼를 때우기는 매우 어려웠네요.
그런데 PIC도 이런 문제를 알기에 주변 코랄리조트와 켄싱턴리조트의 뷔페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놨지만 솔직히 가자마자 예약하려 해도 좋은 시간은 거의 불가능하고, 단기간에 가시는 분들은 아마 구경도 못해볼 것 인대다 차량이 없으면 PIC에서 제공하는 셔틀 이용해야 하는데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코랄은 그나마 5분 거리지만 켄싱턴은 20분 이상 가야 해서 수영하고 젖은 몸으로 탈 수도 없고, 놀러 가서 밥 먹으러 외부로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3. 쇼핑과 관광
시내와 리조트마다 "아이럽사이판" 매장이 있고 가격도 동일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그냥 기념품으로 1만 원 이하 제품을 재미로 살 정도지 품질이 좋지 않아 보여서 살 것이 없습니다. 죠텐(Joeten) 쇼핑센터나 일반 마트에 가도 뭐 그다지 살 것이 없습니다. 역시 쇼핑은 우리나라 쿠팡과 인터넷이 최고죠.
관광도 마나가하섬, 별빛투어 만세절벽, 그로토 정도인데 솔직히 마나가하섬에서 패러세일링 한번 해봤는데 그냥 재밌네 정도지 광고에 나오는 대단한 절경은 아니었습니다. 별빛투어도 말이 투어지 정말 별은 많지만 너무 어둡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오래 머물기는 안전 문제등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그로토는 아이들 때문에 가진 않았지만 사진으로 보니 그다지 엄청난 경험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여서 패스 했습니다.
ATV를 한번 타봤습니다. 6명 200달러라고, 깎아서 그 정도인데 타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 해변가를 돌았는데 아이들은 재밌어하나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대단한 경험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타셔도 될 듯합니다. 제가 원래 쇼핑을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와이프도 특별히 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여성분들에게도 쇼핑은 매력적이지 않는 곳이며, 최근 환율도 오르고 사이판이 최근 코로나로 관광객이 줄어서 아주 초토화된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식당입니다. 카페에 나온 여러 곳의 식당에 가봤는데 다들 그냥 적당히 한국맛이 날 정도지 정말 맛있는 집은 없었고, 하이야트 호텔 앞에 장군이라는 곳이 그나마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깨끗해서 3번 정도 가서 먹었는데 나머지는 한 번 가보고 안 갔습니다.
4. 기타
단기로 가면 사실 차량 렌트가 필요없습니다. 급하면 한인택시 사용해도 되고, 대부분 PIC에서 셔틀버스로 다른 리조트나 시내 면세점까지 이동이 가능합니다. 저는 2주간 아이들 하교를 도와야하고, 가는 김에 차로 다녀야 여러가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개업체 사장님 개인차를 빌려서 탔는데 솔직히 차량도 정말 후지고 보험도 되는지 모를 불안감으로 다녔습니다. 다행스럽게 대부분 35마일, 시속 50km/h가 제한이라 천천히 다녀서 문제는 없었지만 역시나 처음가는 도로라 밤길이나 유턴이 없는 도로라 긴장이 많이 되더군요.
그리고 가라판 시내와 가까운 리조트로 월드라는 곳이 있던대 시설도 더 깔끔하고 아이들 뽀로로방, 북카페에 쇼핑센터도 길건너고 식당 메뉴도 저렴하고 맛있어 보여서 다음에 간다면 PIC대신 월드에 묵으려고 합니다.